[권은경] 텅빈 북한의 인권백서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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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초에 북한 사회과학원 인권문제연구소가 인권에 대한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백서는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을 통해 알려졌는데요. 조선중앙통신은 ‘이 지구상에서 누가 인권을 옹호하고 누가 인권을 유린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 북한 사회과학원이 백서를 발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14년에도 북한당국은 사회과학원 이름으로 북한인권 보고서를 소개한 적 있는데요. 유엔의 COI 즉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북한인권 보고서가 나온 이후 였습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끔찍한 인권유린인 ‘반인도범죄’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책임자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지목하며 ‘반인도범죄’의 책임규명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북한 사회과학원은 자체 인권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해서 지리멸렬하게 반박한 바 있습니다. 북한 사회과학원이 내놨던 인권보고서는 증명할 근거도 없는 억지주장과 북한당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으로만 구성돼 있었기에 당시 국제사회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북한당국은 이번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인권압박에 대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전히 보고서 내용은 허점 투성이에 주장의 근거도 미흡하고 비논리적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주목은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렇다하더라도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인권 개념을 어떤 식으로 주민들에게 주입시키는지 백서를 통해 알 수 있므로 여러분들께 소개하겠습니다.

백서는 ‘북한이야말로 근로대중의 민주적 자유와 인권이 온전히 보호되고 훌륭하게 실현되고 있으므로 진정한 인권이 확고히 보호되고 성공적으로 실현되는 국가’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근거는 제시하지 못합니다. 즉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각종 인권유린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근거나 증거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텅빈 주장만 내세웁니다.

‘사회주의 체제 하의 북한 인권체계는 인권이 명시돼 있는 법체계와 사회생활의 모든 단위에 소속된 주민들이 다 실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인권 체계 그리고 인권을 증진, 교육, 홍보를 위한 체계와 국가 기구들로 구성돼 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같은 국가들은 부르조아 인권의 내용만 추구한다며 사회주의 국가들이 주장하는 노동, 휴직,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세계인권선언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에 반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국제적인 인권압박을 모면할 요량으로 북한도 법체계로 인권을 보장한다고 기술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의 기구들과 위원회가 검토한 바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성폭력, 아동인권 유린 등을 법적으로 해결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말은 북한법이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금 북한은 법보다는 돈과 권력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세계인권선언 23, 24, 25조는 노동, 휴직, 사회보장 권리에 대한 조항으로 북한당국의 주장은 거짓입니다.

백서는 ‘전쟁, 침략, 자의적이고 고압적인 행위가 자행되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판을 치는 오늘날 세계에서는 국가의 자주권을 지키고 자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유일한 방안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서방 선진국들은 신성한 국제 인권기구들을 사촉하여 주권국가들의 자주권을 공공연히 침해하고 인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사정을 짚어보면 이 또한 근거 없는 주장이지요. 정부의 ‘자국민 보호의 책임' 원칙이라는 것을 유엔이 2005년에 채택하고 있는데 만약에 한 국가정부가 전쟁범죄, 대량학살, 인종청소, 반인도범죄 등으로 죽음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때만 유엔이 개입할 수 있는 원칙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입을 할 때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찬성을 받아야 하며 까다로운 토론과 절차를 거칩니다. 유엔과 서방 선진국이 북한당국의 자주권을 위협하고 북한의 독재정권을 붕괴하려 했다면 이미 북한의 모든 체제가 붕괴직전에 있을 2000년대 초에 개입했겠지요. 하지만 한 국가의 주권과 자주권 문제는 민감한 국제적 사안으로 북한과 같은 심각한 반인도범죄가 진행되더라도 외부에서 개입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백서는 김일성 시절 항일혁명투쟁 시기부터 인간의 참다운 권리 옹호를 위한 인권보장제도를 수립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이 시기는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되기 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역사적 진위파악은 연구가 필요합니다만, 설령 그랬다하더라도 80여 년 전의 상황을 곱씹으며 현재 인권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주장입니다. 김일성 시절부터 북한당국은 3대에 걸쳐서 ‘반인도범죄’를 자행하고 있다고 국제사회와 유엔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 백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기타 국제무대에서 논의하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과 우려를 무마하기 위한 시도로 보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사회과학원은 미국 중심의 서방선진국이 세계인권선언 등 국제법적 기준의 인권 가치를 앞세워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역설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당국이 국제사회의 인권우려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70년 전 김일성 시절의 인권제도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지금 주민들이 체감하는 자유와 인권 현실을 가지고 국제사회의 우려와 의혹을 잠재워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존재하는 정치범관리소와 그 안에서 자행되는 반인도범죄, 그리고 자국민, 외국인을 체포 구금해 납치해 가는 범죄행위, 기타 다양한 구금시설에서 벌어지는 고문과 말도 안되게 잔인한 비인간적 처우, 당국이 정보를 독점해 주민들에게 외부 언론매체와 인터넷을 허용하지 않는 인권유린 등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알맹이 없는 주장들이 아니라 이 문제들에 대한 답변을 국제사회에 내놓아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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