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한국 개고기 금지가 북한에 시사하는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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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한민국 국회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을 채택했습니다. 개고기 즉 단고기 먹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뜻입니다.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하거나 증식하거나, 도살하거나, 개고기를 조리 가공한 식품을 유통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인데요. 이를 어겼을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2만 3천 달러 정도에 해당하는 벌금으로 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 법을 실행해서 모든 개고기 판매 유통을 불법행위로 만든다는 말은 아닙니다.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2027년부터 법 시행에 들어가고 그 후에 개고기 식용 판매가 전면 금지됩니다.

3년의 유예기간은 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식용 개를 사육하는 농가가 1,156개 그리고 판매하는 식당이 1,666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개 사육과 개고기 판매 사업에 종사하는 3천여 곳의 농가와 식당들이 폐업하고 업종을 바꾸는데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에는 기존의 개고기 식용 사업을 하던 업체들이 전업하는데 필요한 시설과 새 사업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항목도 포함돼 있습니다. 3년 안에 개고기 관련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정부가 돕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법과 관련해 ‘시대가 바뀌면 시대정신도 변한다’는 철학적 명제에 대해 청취자 여러분들도 생각해 보시길 제안하고 싶습니다. 단고기는 우리 북한 청취자분들도 선호하는 보양식일 겁니다. 남한에서도 전통적으로 꾸준히 즐기던 특별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국제화되고 경제가 선진국의 반열을 오르면서 개고기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1988년에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문화가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의 오랜 개고기 요리 전통이 국제사회에 알려져 국제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는데요. 동시에 경제 상황도 가파르게 발전했고 이와 함께 ‘개’를 식용이 아니라 애완견 즉 반려동물로 여기는 인식이 일반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농식품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한국 내 25%의 세대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국의 602만 가구, 1,306만 명이 개나 고양이 등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 중 75.6% 가구가 개를 기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22년 기준으로 한국에는 약 5백5십만 마리의 반려견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되자 개는 더 이상 먹는 고기가 아니라 인간과 감정을 교류하는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개를 먹는다는 인식은 당연히 잔인하고 야만적인 행위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죠.

최근 한국의 동물복지문제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도 이 같은 경향이 잘 나타납니다.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약 93%의 답변자들이 ‘없다’고 답했고, 약 95%는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일반주민들의 인식이 이렇게 변하자 드디어 개고기의 식용 금지가 법으로 만들어진 것인데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시민의식 변화 그리고 이런 변화는 법과 제도를 바꿨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20~30년간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가 크게 있었던 지점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바깥 세계에서는 북한의 시장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주민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들 말합니다. 여기서 국가의 제도와 법이 주민들의 사업과 장사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변화 발전했더라면 지금쯤 우리 청취자분들의 생계에 큰 걱정은 덜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반대로 코로나 대유행 병과 북한의 국내외 정책 방향이 ‘자력갱생'의 기치 아래 내부로 향하게 되면서 오히려 발전의 기세가 꺾였습니다. 지난해 중순에는 물자 유통에 대한 국가 통제와 규제가 더 철저해지면서, 물자나 식량을 운반, 보관, 가격 책정을 개인이 더 이상 하지 못한다는 포고가 나왔습니다. 이것이 우리 주민들의 요구와 의식 변화를 반영한 인민대중 제일주의에 기반한 정책일까요?

지난 2016년 어간에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융통성 있게 소비자의 요구를 따라 물품을 개발하고 가격을 정해서 장사하고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경제적 활기가 바탕이 되어 북한 당국도 다양한 국가 대상 건설 사업도 벌여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민들의 경제적 활력을 국가 통제와 관리 속으로 가두려 하니, 장사하려는 주민들과 이를 감시 통제하려는 당국 사이에 드러나진 않지만 알력과 갈등이 존재하고, 이것은 당연히 경제적 활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또한 뇌물과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고요.

시대가 바뀌어 주민 의식과 시대정신은 진보했는데, 북한 당국이 펼치는 정책은 시대정신에 역행하기에 나타난 폐단으로 보입니다. 사회의 가치가 변화 발전하고, 주민들의 의식이 진보하면 사회 운영 원리도 함께 보조를 맞추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조선 시대의 운영 원리로 현대 사회를 관리,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일이지요. 하지만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변화 발전하는 시대정신에 역행하고 있기에 여러 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리는 듯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