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지식 욕구는 무엇도 막지 못해

0:00 / 0:00

지난 5월 3일은 세계 언론자유의 날이었습니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세계인권선언 19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각국 정부가 존중해야 하는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서 그리고 언론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매년 5월 3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도 바로 그 다음날인 4일에 언론의 자유를 기리기 위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2016 북한 정보자유화를 위한 국제대회’인데요, 지난 10년 이상 남한에서 북한주민들을 위해 라디오방송을 해온 국민통일방송과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의 공동주최로 북한 주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오늘은 4일에 진행된 국제대회에서 주요하게 논의된 내용들을 말씀 드리면서 북한주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북한주민들에게는 전혀 허용되지 않는 권리가 바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자주적인 시민의식에 기초하여 주민들이 당국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주민들에게 외부의 객관적인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주민들의 시민의식을 발전시키는 것이 북한을 가능한 빨리 정상적인 국가로 만드는 길입니다. 이것이 국제적인 북한인권 활동가들을 서울에 초청하여 행사를 개최한 이유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습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김영환 연구위원은 기조발제를 통해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하루빨리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당국의 입장에서는 체제유지에 큰 위협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의 정보접근에 대한 단속과 억압이 강화되고 처벌도 심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마당의 장사와 중국과 무역을 통해서 주민들은 이미 외부세계에 눈을 뜨고 있고 주민들의 정보에 대한 요구는 점차로 더 높아질 것이며 이런 요구를 계속 막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제사면위원회 동아시아 조사관인 아놀드 팡 씨는 북한당국이 주민들의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서 통제권을 가지고 감시하며 주민들이 손전화로 외국에 있는 가족과 전화하는 것도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정부가 주민들에게 인터넷과 국제 전화 이용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독일의 북한인권 시민단체인 '사람'의 대표 니콜라이 쉬프레켈스 씨는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찌 정부의 독재체제와 현재 김정은 체제의 독재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2차 대전 말기에 나치정부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거짓 선전선동과 세뇌를 통해서 주민들이 맹목적으로 나치의 사상과 이념을 받아들이게 하고, 어린 아이들마저 정권을 위해 싸우다 죽게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정권이 선전선동과 가혹한 감시체제로 외부 사상을 차단하고 정권과 김씨 일가의 무비판적인 신봉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과 비교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로든 주민들이 북한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모든 전략들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의 세계기독교연대의 동아시아 팀장인 벤 로저스 씨도 같은 주제로 발표에 나섰는데요, 로저스 씨는 미얀마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그리고 북한의 종교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입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서 언론의 역할과 사회변화에 미친 중요한 의미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로저스 씨는 "미얀마의 자유를 향한 투쟁에서 언론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미얀마 언어로 방송되는 세계각국의 라디오방송과 미얀마 망명자들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들은 미얀마 국민들을 외부세계와 연결하는 생명줄이었으며 폐쇄된 국가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민주화를 향한 변화를 위해 미얀마의 독립적인 방송과 언론활동이 중대한 역할을 했음을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통일방송의 이광백 대표도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북한주민들에게 정보를 들여보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는 북한의 주요 문제는 핵문제와 인권문제인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북한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사회를 변화발전 시킬 수 있는 방안은 북한 주민들 내부에서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외부에서 들려보내는 정보를 확대하여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북한 사회의 변화와 발전으로 연결하는 일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국제대회의 참석자들은 전세계의 다양한 지역의 권위주의 독재국가에서 각국의 변화와 인권을 위해 일하고 있는 활동가들입니다. 이들은 국제대회에서 북한에 정보의 자유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허용됨으로써 사회의 주인인 시민들이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내에서도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언론매체를 통해 정보를 유통시키고 시민사회의 초석을 마련하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시민의 힘이야 말로 북한사회의 건전한 발전과 진보의 원동력이 된다는데 동의를 했습니다.

북한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국가가 정보를 완전히 독점하고, 조직화된 사회생활을 철저히 통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조사위원회는 북한에서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및 언론 표현 정보 결사의 자유도 거의 완전히 부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러면서 해결책으로 북한당국에게 독립적 신문 과 기타 독립적인 언론 매체의 설립을 허용하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주민들이 인터넷과 외국방송이나 출판물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외부의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북한사회의 변화와 진보 그리고 주민의 인권을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전제조건이 될 것입니다. 현재 북한당국이 제공하는 개인우상화를 위한 체제 선전만으로는 고도의 정보가 공유되는 미래 통일 국가를 위한 시민 주체역량을 기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장마당을 통해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서 90프로 이상의 주민들이 남한 드라마를 보며 외부세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정보와 지식과 문화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를 독재라는 장벽이 끝까지 차단하지 못할 것이며 막아서도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