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부르키나파소와 인터넷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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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의 서부에 부르키나파소라는 국가가 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위쪽에 위치한 인구 1,800만의 국가인데요. 지난 9월 말에 쿠데타가 일어나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혼란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를 통해 이 소식을 직접 전해 들었습니다.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길거리 선전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이라는 매체가 있습니다. 개인들은 이곳에 자신의 일상적인 글과 사진을 올리는데 지난 9월 말, 페이스북을 통해서 부르키나파소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제게 전달됐습니다.

글을 쓴 사람은 6년 전쯤 스위스의 국제행사에서 저와 만났던 친구로 부르키나파소에서 언론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쓴 글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9월 16일에 수도 와가두구에서 쿠데타가 발생했고 쿠데타 반란군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사를 파괴하고 언론인들을 폭행했습니다. 방송을 중단했기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한 ‘페이스북’이라는 매체만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 있는 친구들에게 부르키나파소의 상황을 알리고 와가두구에서 투쟁하고 있는 언론인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되면 저와 친구를 맺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도 동시에 이 글을 볼 수 있습니다. 또 그들을 통해 이 글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됩니다. 외국의 친구들은 '증인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위험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 정말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는 등 격려의 말들을 부르키나파소에 전달했습니다.

페이스북에는 일대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접 이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현재 상황을 물었습니다. 지금은 쿠데타군이 물러났고 텔레비전과 라디오도 정상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는 ‘참 다행이다, 수고했다’는 문자를 이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의사소통 하는 방식입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배경에 대해서 잠깐 설명 드리겠습니다.

1987년부터 27년간 독재를 하던 콩파오레 대통령이 2014년 10월에 영구집권을 할 목적으로 헌법을 개정하려고 시도를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이 헌법 개정에 반대해 데모를 했고 콩파오레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손으로 미셸 카판도 과도정부 대통령을 뽑아 2015년 10월 11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 때까지 국가의 안정을 찾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쫓겨난 콩파오레 대통령의 친위부대가 지난 9월 중순에 쿠데타를 일으켜 과도정부 대통령과 관료들을 인질로 잡았으나 국민들이 극렬하게 저항했고 결과적으로 쿠데타는 실패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반란군은 쿠데타를 시작하면서 방송사를 파괴하고 언론 통제부터 했지만 부르키나파소에는 인터넷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쿠데타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고 스스로 쿠데타를 반대하는 데모를 조직할 수 있었습니다. 또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부르키나파소의 상황이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9월 23일, 민간 과도정부 대통령이 다시 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북한은 어떻습니까? 8월 20일경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불법 손전화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3명이 총살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5년 남한의 통일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최근 몇 년간 북한에선 남한 드라마를 봤거나 손전화로 외국에 있는 친지들과 통화한 이유로 처형당한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 2014년 초반에는 형법을 개정해 외국과의 전화통화, 남한 드라마 시청 그리고 라디오 청취를 형법 60조의 국가전복음모죄에 포함시켰습니다.

언론에 대한 통제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연합기업소 소속 신문사나 조선중앙통신에서 일했던 탈북자들의 증언들을 들어보면 북한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취재활동이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북한 언론인들은 로동신문과 중앙당 선전선동부의 보도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야 합니다. 이런 식의 언론활동은 일반국가에서는 지탄의 대상이며 심각할 경우는 법정소송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국가에서 필수적인 요소의 하나가 바로 언론의 자유와 정보공유의 자유가 허용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알아야 합니다.

부르키나파소의 언론인 친구가 보낸 글은 이렇게 끝맺음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순간에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항상 위안이 됩니다. 우리는 세계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같은 염원과 같은 의지를 나누고 있으니까요’

세계는 인터넷으로 이렇게 실시간 연결해 모든 사람의 생각과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세계시민들이 나누고 있는 정보공유의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