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안보와 평화 그리고 북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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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유엔 총회의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의 군사력 강화 문제와 여성 차별 문제에 집중해 최근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 전반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올해는 흥미롭게도 ‘여성 인권 의제와 평화, 안보 문제’를 하나의 틀 안에서 동시에 논의하는 접근법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중단한다는 휴전협정을 체결한 지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북한은 군사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고 이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극단적인 무력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세계의 문화와 정보를 향유할 기본적인 권리를 감시하고, 변절자나 범죄자로 처벌까지 하는 상황을 비판한 것입니다. 특히 2020년에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그리고 그다음 해에 채택한 ‘청년교양보장법’이 기본적 사회권을 위반하고 인권을 유린했다고 지적합니다.

보통 다른 국가에서는 해외 소식을 잘 알고, 여러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을, 상식이 풍부하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며, 문화에 조예가 깊다고 칭찬하기 마련인데요. 북한은 이런 사람을 처벌하고 있는 것입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특히 북한 당국의 극단적인 군사화 정책은 국가의 주요 자원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투자함으로써, 정작 주민들이 필요한 보건, 식수와 위생, 식량 등 기본적 수준의 삶의 기회와 권리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상황은 북한 당국이 1981년에 가입하고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도록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까지 한 ‘유엔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협약 당사국은 자국의 국민들이, 앞서 언급한 권리를 최소한이라도 누리게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부의 군사 집중 정책으로 인한 주민 생활의 어려움과 인권유린은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을 더 심각한 피해자로 만들게 됩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그런 차원에서 여성과 여아에 대한 사회 경제적 제약이 심각하다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북한의 가두여성(주부)들은, 청취자분들이 더 잘 아시듯이 각 세대의 가계를 유지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북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은 여성을 여전히 가정적으로는 전통적인 보조자로서 역할, 사회적으로는 부차적인 시민의 역할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따라서 특별보고관은 북한의 과대한 군사화 정책이 초래하는 인권 문제는 ‘인권과 평화’라는 하나의 의제로 깊이 연관돼 있다고 강조하며, ‘여성, 평화, 안보의 의제’ 틀 속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제안을 내놓습니다.

유엔에서 ‘여성, 평화, 안보’에 대한 개념이 처음 도입된 건 지난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입니다. 군사적 분쟁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성과 여아가 치명적 피해를 보는 현상인데요. ‘여성, 평화, 안보’ 의제를 국제사회가 함께 다룸으로써 무력 분쟁으로 인한 여성 대상 폭력과 납치 등의 반인도 범죄를 예방하고 나아가 평화 협의와 지역 사회의 정착과 재건까지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고 인권을 보호하자는 논의입니다. 즉 인권과 안보 문제를 하나의 틀 안에서 통합적 방안으로 모색하는 국제적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여성 평화 안보’ 의제가 유엔 안보리에 도입하는 데 역할을 했습니다. ‘1995년 베이징 행동강령’에 여성, 평화, 안보에 초점을 맞춘 의제를 포함시켜, 관련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통과되는데 큰 기여를 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아프리카 지역의 개발에 관심을 가지는데 이 지역의 분쟁과 그로 인한 여성들의 폭력 피해를 목도했기 때문에 본 의제에 적극 나선 듯 보입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접근방식은 북한 당국에게 좋은 기회로 보이는데요. 취약계층의 인권 문제, 여성 권리 보장 문제는 북한 당국도 활발하게 나서는 의제입니다. 북한은 2017년 유엔의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진행한 북한 여성 권리에 관한 검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북한 여성들의 향상되는 지위에 대해 유엔에 자랑하며 발표도 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열악한 경제 여건으로 여성들이 고생한다는 인식도 높고 정치 영역에서도 여성들의 참여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보였습니다.

동시에 미사일과 핵무장으로 인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문제는 북한 당국이 언젠가는 풀어야할 안건입니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 하에서는 어떤 정책이든 적대적, 방어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북한 당국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또 결코 북한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유엔의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 총회에서 여성 문제 그리고 평화와 안보 문제를 하나의 틀 안에서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자는 안건을 제안한 것은 북한 당국에도 장기적으로 큰 이득이 되는 전략을 제시한 것을 보이는데요. 이 기회를 활용해 인권과 평화, 주민 생활 개선까지 담보할 수 있을 정책으로 발전시켜 보면 어떨까요.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