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잘 사는 나라의 집회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2.12.02
[권은경] 잘 사는 나라의 집회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앞 도로에서 노조원들이 오가는 유조차를 향해 선전전을 하고 있다.
Photo: RFA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한국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즉 민주노총의 화물연대가 총파업 중입니다. 이번 주 금요일로 9일째 화물 운송을 거부하며 파업을 하고 있어서 전국적으로 시멘트와 철강, 정유 등의 운송에 큰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2 5천여 명의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은안전운임제 법제화를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하는 것인데요. 화물차 주인들은 운송 업체들간의 가격 경쟁 때문에 화물차 운전기사의 운임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고, 이 때문에 운전기사들이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더 많은 화물을 싣고 과속으로 운행해 위험이 초래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2020년부터는 화물차 운전기사 운임을 경쟁적으로 내리지 못하도록 안전운임제를 시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3년간만 유효했기에 이 법을 추가 연장하고 법에 적용되는 화물 품목을 더 확대해 적용해 달라는 것이 화물연대의 주장입니다. 한국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연장은 받아들였지만 화물 품목의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라 총파업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국 철도 노동조합도 지난 2일 파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와 밤새 협상한 끝에 합의에 이르러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열차를 정상 운행했습니다. 철도 노조와 철도 공사 측은 노동자 임금을 월 144달러 더 인상할 것, 직원 승진을 위한 점수 제도를 투명하게 시행할 것 등을 타협점으로 찾았습니다. 철도파업으로 국민들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국민 여론에 크게 좋지 않을 것이라 예측하고 노사가 성공적으로 합의했다고 언론들은 평가했습니다

중국도 최근 대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역의 30여 개 대학들이 동참하고, 상하이와 수도 베이징 등 주요 대도시에서 청년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한 고층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사망한 사고가 시발점이 됐는데요. 중국 당국의 지나친 코로나 봉쇄 조치로 불이 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신속히 빠져나올 수 없었고, 주민 이동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제 울타리 때문에 소방차도 빨리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희생자 추모를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중국 정부의 지나친 봉쇄정책에 불만을 터트렸고 청년들은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시위에는 심지어시진핑 타도구호까지 나왔습니다.

 

집회와 결사, 시위의 권리는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21조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 그리고 22조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가입할 권리를 규약의 당사국은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이 규약의 당사국으로서 북한과 한국은 헌법에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했습니다

 

집회나 시위의 권리가 잘 보장되는 사회 분위기와 국가의 경제적 발전 수준을 비교 연구한 자료도 많습니다. 이 연구의 대체적인 결론은 국가의 경제 수준과 정치발전 수준이 높을수록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고 집회나 시위 참여도도 높다는 것입니다. 또 선진국가 국민들이 저발전 국가의 국민들보다 집회나 시위, 청원 운동 같은 사회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제가 발전해서 불평등이 줄면 사회 전반에서 당국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정치가 발전하면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이 수용되니 집회나 시위 참여가 자연스러운 것이죠. 또 이런 활동은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높이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정부일수록 그 반대 경향이 짙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고 경제발전 수준도 낮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었습니다

 

지금 중국 청년들의 시위를 지켜보는 세계 여론은 이 같은 전국적 시위가 시진핑 일인 독재 체제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인가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중국은 경제는 발전했지만 자유로운 집회와 시위 문화가 억압되는 국가입니다. 특히 시위대에서시진핑 타도' 구호가 나온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 합니다

앞서 한국처럼 빈번한 집회와 시위를 통해 시민들이 목소리를 한껏 내는 사회는 오히려 시민들이 정부를 더 신뢰하고 경제 수준도 높다는 연구 결과를 말씀드렸는데요. 시위를 했기 때문에 경제력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 제도와 정치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국가적 안정에 기반해 경제 수준도 성장한 결과를 낳은 것이겠지요.  

역설적이게도 북한 같은 권위주의적 국가들은 국민들이 불평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해 철저히 차단합니다.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을까 두려워 북한당국은전당이 당중앙과 일심일체가 되는 것은 당중앙의 유일적 령도체계 확립의 리상적인 목표라고 주장하며 주체혁명 위업을 위해사소한 변색이나 탈선이 있을까 애태웁니다

오히려 주민들의 다양한 변색과 기발한 의견들을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하게 된다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이해하길 바랍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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