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유엔군사령부의 법적 지위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07.29

7월 27일은 6·25 전쟁의 포성을 멎게 한 정전협정 67주년이었습니다. 북한은 이 날을 '미제 승냥이들의 침략을 물리친 전승기념일'이라고 부르지만, 역사적 사실과는 맞지 않는 명칭입니다. 전쟁은 북한 인민군의 남침으로 시작되었고 미군은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이 땅에 들어왔으며, 전쟁은 참전국들에게 288만 명의 사망자 및 부상자라는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히고 한반도의 파괴를 가져왔을 뿐 북한이 원하는 공산통일을 가져다 주지도 못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전쟁은 멎었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와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유엔군사령부, 부산에 있는 유엔군묘지,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 등이 바로 그 흔적들이며, 이들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달성되기 이전까지는 유엔이 위임한 권리를 행사하는 합법적인 유엔의 보조기구로서 남을 것입니다.

사실 북한은 유엔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습니다. 2018년 제73차 유엔총회에서도 북한 대표부는 “유엔사가 유엔헌장에 반하는 괴물같은(monster-like) 조직이므로 조속히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19년 유엔총회 제6위원회에서도 “남한의 유엔사는 유엔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유령조직(ghost entity)”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엔사가 건재하는 이유는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유엔이 유엔사의 합법성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유엔군사령부의 창설을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이 남침을 개시했던 1950년 6월 25일 당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UNSCR) 82호를 채택하여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와 원상회복을 촉구했고, 북한군이 이를 무시하고 남진을 계속하자 이틀 후인 6월 27일 안보리결의 83호를 통해 침략군의 격퇴 및 평화와 안정의 회복을 위해 유엔이 대한민국에게 원조를 제공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즉, 유엔헌장 제51조가 명시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의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7월 7일 안보리는 결의 84호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군통합사령부(unified command)의 창설을 결의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에 파병되는 미군 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하면서 유엔의 사무까지 관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어서 7월 31일에는 결의 85호를 통해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에서 유엔을 대신하여 유엔의 구호 및 지원활동까지 관장하도록 결의합니다. 이후 1954년에는 유엔사와 일본 간의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반도 전쟁 재발시 유엔군 파병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는 유엔사 후방지휘소 및 후방기지 7개소를 일본에 설치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유엔사는 1950년 북한의 남침에 대응하여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82, 83, 84, 85호에 근거하여 창설·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서명과 함께 채택된 참전 16개국의 ‘워싱턴 선언문’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선언문에서 참전국들은 “UN의 제 원칙에 반하는 무력공격이 재발할 경우 16개국은 세계평화를 위해 다시 단결하여 즉각 대항한다”고 결의했는데, 그런 상황이 도래할 때 대응을 관장해야 할 기구도 유엔사인 것입니다. 이것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이 정착될 때까지 유엔사가 존속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컨대, 한국 내에 설치된 유엔사는 유엔 내에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인 안보리의 결정에 의해 창설·운영되어 왔으며, 유엔총회 역시 많은 결의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유엔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51년 2월 1일 유엔총회가 채택한 결의 498호는 중공군의 참전을 ‘유엔과 유엔군에 대한 적대행위’로 규정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유엔군사령부를 있게 한 것은 바로 북한의 6·25 전쟁 도발이었으며, 6·25 이후에도 북한은 무수한 무력도발을 반복해오면서 핵무장까지 강행하여 지역과 세계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이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법적으로 옳지 않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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