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북 비방전 재개와 전술핵 재반입 문제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12-1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놓고 다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될 때도 그랬지만 이후에도 북한은 계속 스몰딜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보유 중인 핵무기, 핵시설, 미사일 등에서 일부 만을 포기하는 부분적 비핵화를 할테니 연말까지 이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전면적 핵포기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는 빅딜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양자 간에 좀처럼 타협점이 나오지 않자 북한은 지난 12월 7일 동창리 발사장에서 ‘중대한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장거리 로켓, 즉 대륙간탄도탄(ICBM)으로 전용될 수 있는 장거리 발사체를 쏘려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ICBM을 발사할 수도 있고,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의 2,3,4번 갱도를 폭파했다고 발표했고, 1번 갱도는 2006년 1차 핵실험 후 폐쇄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갱도들이 파괴되었는지를 확인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와 함께, 양측 간 비방전도 다시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때부터 일부 핵시설을 공개하는 대가로 대북제재를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고 미국에게 연말까지 답을 달라고 닦달해왔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할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참석차 방문한 런던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로켓맨’ 이라고 부르면서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 고 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이 발끈했습니다. 12월 4일 박정천 인민군 총잠모장은 “무력 사용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다. 우리도 상응하는 행동을 가할 것” 이라고 맞받았고, 5일에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무력 사용 발언이 불쑥 튀어나온 실언이었다면 다행이지만 의도적인 발언이었다면 매우 위험한 도전이 될 것이다” 라고 경고했습니다. 9일에는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참을성을 잃은 늙은이’로 표현하고 “망년든 늙다리로 불러야 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마치 미국과 북한이 심한 비방과 막말을 주고받았던 2017년으로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한 가지는 이번에도 전술핵 재반입 문제가 한미 양국의 화두로 떠오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핵전쟁이라도 벌릴 듯이 비방을 주고받던 2017년 9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68%가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배치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입니다.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물론,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문제는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며 미국은 핵무기의 확산을 억제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이런 요구들을 비중있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여기에도 비슷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은 핵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하는 것을 만류하면서 그 대신 핵우산으로 보호해주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미국의 반확산 정책입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 기존 정책과는 다른 새로운 주장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교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핵공유 방식으로 전술핵을 한국과 일본에 배치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제임스 인호프 (James Inhofe) 의원은 "고려할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고, 미 상원의 코리 가드너(Cory Gardner) 동아태소위원장도 "미국이 한국 또는 일본과 논의하여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랜드(RAND)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도 "북한의 핵도발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한·미·일이 핵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미국은 5개 나토 회원국, 즉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고 터키에 도합 200개 내외의 B61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는데 주재국 항공기들에 핵무기를 탑재해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핵운용 계획은 28개 전 회원국의 국방장관이 참가하는 핵계획그룹(NPG)에서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이렇듯 핵무기는 미국 소유이지만 운용은 동맹국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핵공유라고 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하면서 인근국들을 협박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이 잦아진다면, 조만간 아시아에서도 나토식 핵공유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