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대한민국 공군의 소식 몇 가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우선 지난 5월 12일 4대의 F-4E 팬텀 전투기로 구성된 ‘필승편대’가 국토순례 비행을 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2대는 정글무늬와 연회색 도색을 그리고 다른 2대는 진회색 도색을 하고 있었고, 동체 측면에는 ‘국민의 손길에서 국민의 마음으로’라는 기념 문구와 팬텀의 아이콘인 유령 그림, 빨간 마후라, 태극무늬 등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도색을 하고 순회 비행을 한 이유는 이 전투기들이 6월 7일 퇴역하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고 국민의 성원에 감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필승편대는 수원기지에서 이륙하여 평택, 천안, 충주, 청주 등을 지나 동해안 쪽으로 가서 포항, 울산, 부산, 거제 등을 거쳐 대구기지에서 재급유를 한 후 남해안의 소흑산도와 서해안의 군산을 거쳐 수원기지로 복귀함으로써 3시간에 걸친 국토순례비행을 마쳤습니다.
F-4 팬텀 전투기는 미국이 개발하여 1958년에 첫 비행을 했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0여개 서방국들이 구매하여 사용했으며, 총 5천 대 이상이 생산된 베스트셀러 전폭기였습니다. 베트남전쟁에서는 월맹군의 미그기를 잡는 ‘미그기 킬러’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한국은 1969년에 처음으로 팬텀기의 첫 버전인 F-4D를 도입했는데, 이는 구소련으로부터 미그-21 전투기와 IL-28 폭격기를 도입하여 몸집을 키운 북한 공군에 대적하고 1968년 무장공비 청와대 기습 사건, 미 푸에블로호 피랍사건 등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팬텀기는 공중전과 지상폭격을 모두 수행하는 전천후 전폭기로 나중에 도입된 KF-16이나 F-35보다 더 많은 8.5톤의 무장탑재량에 112㎞ 떨어진 목표물을 1m 이내로 정밀 타격하는 팝아이(AGM-142) 미사일을 장착하고 음속 2.5배 속도로 급상승할 수 있는 하늘의 최강자였습니다. 이후 한국은 1975년에 국민 방위성금으로 5대를 추가 구입하는 등 1989년까지 총 80대의 F-4D를 도입했습니다. 이 기종은 41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2010년에 퇴역했습니다. 개량된 엔진, 전자장비, 레이더 등을 장착한 F-4E는 1979년부터 도합 100여 대를 도입했는데, 이 기종 역시 최근 순차적으로 퇴역했고 마지막 남은 20여 대가 다음 달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 팬텀기 시대는 마감될 것입니다.
최근 한국 공군에는 이 말고 또 다른 소식들도 있었습니다. 국산 4.5 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가 5월 8일 서해에서 ‘미티어(Meteor)’ 미사일의 첫 유도발사 시험과 AIM-2000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실사격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한국은 2016년에 KF-21의 체계 개발을 시작하여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했으며, 초도생산으로 금년과 내년에 각 20씩 총 40대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미티어 미사일은 음속 4배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200km 밖에 있는 적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파편폭풍형 공대공 미사일입니다. 한국공군은 내년까지 40대의 KF-21이 생산되면 강릉기지에 2개 대대를 순차적으로 배치할 계획입니다.
돌이켜 보건대, 남북 간의 공군력 경쟁은 한국이 1969년 팬텀기를 도입하여 미국, 영국, 이란에 이어 세계 네 번째의 팬텀기 보유국이 되면서부터 사실상 한국의 승리로 끝난 것이었습니다. 한국은 팬텀기 도입 이후에도 KF-16, F-15K, F-35 등 신예기들과 슬램-ER, 타우러스 등 휴전선에서도 평양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첨단 공대지 미사일들을 계속 확보해 나갔지만, 북한의 미약한 경제력으로는 이것을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날 북한 공군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전투기는 미그-15, 19, 21 등인데 이들은 모두 1950~60년대 구소련에서 생산된 구형이며 북한에서 신예기에 속하는 미그-23과 29도 이미 노후화된 구식 전투기입니다. 게다가 수량도 많지 않고 파일럿의 훈련 부족, 연료 부족, 정비 부족, 낙후한 항전장비 등으로 F-4 팬텀을 대적하기에도 역부족인 전투기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한국에서 퇴역하는 팬텀기에 의해 제압당했던 구형 전투기들이 북한에서는 아직도 주력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군에 포탄과 탄약을 보내고 그 대가로 러시아의 기술지원 하에 북한 공군의 첨단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남북 간 경제력 및 기술력 격차를 감안할 때 북한 공군이 우세했던 1950~1960년대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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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