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6월 25일은 6·25 전쟁 발발 73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7월 27일이 되면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데 북한은 이 날을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로 부르며 ‘전승기념일’로 약칭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매년 6월 25일에서 7월 27일까지를 ‘반미 공동투쟁 월간’으로 정하여 승리를 기념하는 각종 행사들을 개최하며 주민들의 반미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반미 영화, 기록 영화, 예술영화 등을 보게 합니다.
정전 후 북한은 6∙25 전쟁이 미국과 남한의 침략으로 시작되었다고 선전해왔으며, 한국 내 좌파들도 평양정권의 입장에 따라 ‘북침론’을 주장했습니다. 물론 전쟁 발발 나흘째인 6월 28일에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북침설의 허구성을 증명하는데 부족하지 않지만, 거기에 더하여 한·러 수교 직후인 1994년 러시아가 당시 김영삼 정부에게 공개한 극비문서에 김일성 주석이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남침 계획을 승인받기 위해 왕래했던 기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북한이 남침한 것은 맞지만 남조선 괴뢰정부와 미 제국주의자들이 북한의 군사행동을 유도하는 각종 도발을 저질렀다는, 소위 ‘수정주의 이론’이라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전쟁 발발 당시 인민군은 20만 병력에 전차 242대, 야포 652문, 전투기 211대 등의 전력을 가졌던 반면 한국군은 병력 10만에 전차는 한 대도 없었고 야포 91문에 항공기라고는 훈련기 22대가 전부였습니다. 남한과 미국이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준비했다면 남한의 군사력을 이런 상태로 방치했을 리가 없으며, 인민군이 한 달 만에 낙동강까지 쾌속 진군하여 경상도를 제외한 남한 전역을 점령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쟁 발발 소식에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곧바로 백악관으로 돌아와 참전을 결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군 파병을 결정하여 16개국의 군대가 파견되어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뒤집었던 역사만으로도, ‘수정주의 주장’ 역시 허구에 불과한 선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도 남습니다.
한국에서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로 불리는 1953년 7월 27일을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로 부르는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6·25 전쟁은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되어 유엔군의 참전으로 전세가 뒤집혔다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역전된 후 중부지방에서 전선이 교착되면서 1951년 7월부터 휴전협상이 시작되어 1953년 7월 27일에 정전이 된 전쟁이었습니다. 즉 38선에서 시작되어 현재의 휴전선으로 마감된 전쟁으로 남북 간 경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비긴 전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1,129일 간의 전투를 통해 쌍방 간에 엄청난 인명이 희생되고 국토가 파괴되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패배한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이 전쟁에서 한국군은 전사 13만 8천 명, 부상 45만 1천 명, 실종 2만 4천 5백 명 등의 인명피해를 입었으며, 인민군은 52만 명의 전사자와 13만 명의 실종자를 기록했습니다. 유엔군은 전사 3만 8천 명, 부상 10만 3천 5백 명, 실종 4천 명을 기록했는데,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나라는 전사 3만 3천 7백 명, 부상 9만 2천 명, 실종 3천 7백 명 등을 기록한 미국이었습니다. 인해전술을 즐겨 사용했던 중공군은 전사 14만 1천 명, 부상 22만 명, 실종 2만 9천 명 등으로 그야말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었습니다. 진정 6·25 전쟁은 모두가 패배한 전쟁이었으며, 북한은 숱한 인명 피해와 국토파괴 이외에는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는 공연한 전쟁을 도발한 것입니다.
정전 후 70년 동안 남과 북이 걸어온 길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북한은 체제 유지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하며 ‘북한식 사회주의’ 하에서 폐쇄경제와 독재정치를 고수하면서 세계 최빈국의 길을 걸어왔고, 주민의 삶보다는 핵무기를 만드는데 더 많은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에 비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택한 대한민국은 서방세계의 일원이 되어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으며 2018년에 개인소득 3만 달러 이상에 인구가 5천만 명이 넘는 나라를 가리키는 ‘30-50 클럽’에 가입하여 서유럽 및 일본과 함께 개인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구가하는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 이외의 30-50 클럽 국가는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 6개국뿐입니다. 그래서 6∙25 전쟁 73주년과 정전협정 70년을 맞는 금년에는 남과 북의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질 것으로 보입니다. 남과 북이 무기를 내려놓고 함께 번영하는 시대는 아직도 기약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