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9일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후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신냉전 대결 속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결속을 강화한 것이어서 유럽과 한반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한국에서는 다시 한번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분출되고 있습니다.
이번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은 무기한의 유효기간을 가진 조약으로서 23개 조항을 통해 군사, 경제, 기술, 마약범죄 대처, 정보통신,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에 합의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상은 제3조, 4조, 5조, 9조, 10조, 18조 등입니다. 제3조는 “어느 일방에게 위협이 조성되면 협력을 제공하기 위해 지체없이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는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각국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5조에서는 “일방은 타방의 자주권, 안전, 영토 등의 권리를 침해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는다”고 합의했습니다. 제9조는 “식량, 에너지, 정보통신기술, 기후변화 등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분야에서 증대되는 도전과 위협에 공동 대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0조와 제18조에서는 과학기술분야와 정보안전 분야의 상호 협조에 합의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군에게 무제한으로 탄약이나 무기를 제공할 수 있고,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개발은 물론 민감한 군사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지체없이 군사지원을 제공하도록 한 제4조를 1961년 김일성 주석과 흐루쇼프 서기장이 체결한 ‘조소 우호조약’에 포함되었다가 1996년에 폐기되었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그대로 부활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여기에 대해 서방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거센 도전’, ‘가장 고립된 두 나라의 고립 돌파 전략’, ‘단순한 정략결혼을 넘는 매우 위험한 행보’ 등의 평가를 내놓았으며, 유럽 국가들은 더 많은 북한제 탄약과 무기들이 러시아군에 유입되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이 유엔헌장을 들먹이면서 ‘침략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조약’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은 러시아이며, 1950년 한국전쟁을 도발한 것도 스탈린의 사주를 받은 북한군이었다”며 ‘무의미한 말장난’이라고 일축합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권위주의 정권들이 더 강한 대오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뜻을 모으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경고했으며,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 일본의 관계관들은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을 배경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에 일본은 미국, 한국 등과 협력해 대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북방삼각은 모두 핵보유국인데다 핵기술 협력까지 더해지고 있지만 남방삼각에는 미국만이 핵보유국이고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자제시키는 상황이어서 북방삼각과 남방삼각 간의 전략적 불균형이 악화될 것을 우려합니다. 이와 함께 국민과 전문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핵무장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와 1991년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내에서도 더 이상 아시아 동맹국들의 핵무장을 만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위험한 행보가 결국 한반도를 핵대결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은 많은 후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향후 어떤 결과로 귀결될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더욱 깊어지고 경제도 더욱 어려워진다는 사실입니다. 이웃을 침략하고 있는 정권, 과거에 이웃을 침략했고 지금도 침략 의도를 버리지 않는 정권, 영토나 영향력 확장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려는 정권 등이 ‘침략 방지’를 외치면서 결속하는 것이 해당국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