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복떡공방 김지현 씨(1)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19.10.31
rice_cake_store_b 서울 종로구의 한 떡집이 판매할 송편 준비로 분주하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똑같은 하루를 사람마다 다르게 보낸다고들 하잖아요. 잠자는 시간, 깨는 시간에 따라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지니까요. 제 느낌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하루 24시간을 굉장히 알차게 보내던데요. 오늘 성공시대 주인공도 마찬가지일까요?

마순희: 맞습니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 차례지지만 그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것은 본인에게 달렸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한 시간이라도 더 일찍 일어난 날은 하루가 길어 보이고 무엇인가 시간이 넉넉하다는 여유로운 느낌마저 드는데요. 그렇지 않은 날은 일정에 맞추어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때론 시간에 쫓기듯 하루가 지나갈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오늘 소개해드릴 성공시대의 주인공은 그 누구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마포구에서 자신의 고향의 이름을 붙여서 청진복떡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지현 사장님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김지현 씨는 2009년에 대한민국에 입국했는데 6년 만에 자신의 떡집을 차렸으니 그만하면 너무 대단하지 않아요?

김인선: 네,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한국에서 정착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하는데 지현 씨는 정착 6년 만에 떡집 사장님이 됐는데요. 자기 가게를 여는 탈북민들이 꽤 많지만 주로 북한음식점을 운영하는 분이 많잖아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우리 성공시대에서도 많은 북한 음식점들을 소개했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북한음식점을 운영하는 분들이 적지 않거든요. 김지현 씨의 생각도 같았습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이 북한음식이기는 한데 이미 북한음식을 하는 가게들이 곳곳에 생긴 뒤라 자신이 성공하자면 무엇보다도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셈이지요. 지현 씨는 평양냉면, 순대국, 명태조림 같은 북한음식도 좋지만 고향에서 별미로 먹던 떡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최종적으로 단순한 떡만 하는 게 아니라 빵으로 만든 똘뜨랑 비슷한 떡케이크, 찹쌀꽈배기, 감자떡 같은 다양한 종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김인선: 그런데 남한에서는 떡이 주는 느낌이 많이 달라졌거든요. 예전에는 떡이 잔칫날 특별히 해먹던 음식으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간식이나 별식으로 여겨지니까요.

마순희: 네, 요즘 남한에선 간식으로 떡을 먹는다지만 북한에서 떡은 지금도 잔칫날이나 특별한 날 해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설날이나 추석 같은 때에는 떡가루를 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한답니다. 없는 살림에 아끼고 아껴서 떡을 찔 정도니 명절의 주는 의미 역시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떡을 안 한 명절에는 명절을 쇤 것 같지도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랍니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 아무 때나 떡을 사 먹을 수 있더라고요.

김인선: 남한에선 이제 빵집만큼 흔한 게 떡집이니까요. 기업에서도 대량으로 떡을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유통하고 판매하는 떡집들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김지현 씨가 이런 환경에서 떡집을 운영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마순희: 물론 쉽지 않겠지만 지현 씨는 나름대로 일반 떡이 아닌 북한식 떡으로 차별화를 두었고 알록달록한 떡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주 고객이 탈북민이었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겠죠. 고향의 맛이 그리운 탈북민들이 지현 씨가 만든 떡을 즐겨 사먹게 되니까요. 그래서 지현 씨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따끈한 떡이 도착할 수 있도록 떡 만드는 시간을 정하고 있는데요. 오전에 필요하다고 하면 새벽 2, 3시부터 떡 만드는 일을 시작할 정도로 정성을 다했습니다. 덕분에 매출은 꾸준히 올랐지만 탈북민의 경우 여전히 특별한 날에나 떡을 주문해서 먹기 때문에 매출이 일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일정한 고정수입을 위해 김지현 씨는 지난해부터 점심에는 간단한 점심식사나 농마국수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제는 떡집 사장님 뿐 아니라 식당사장님이 되기도 한 겁니다. 떡집공방도 아파트 단지에서 상암동 회사 밀집지역으로 이사를 했답니다.

김인선: 회사 밀집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점심장사를 시작한건가요?

마순희: 네, 그렇죠. 처음에는 점심 장사를 시작할 생각을 안했는데 떡을 가지러 오는 사람들이 점심을 어디 가서 먹을까,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 주위엔 식당이 별로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가게에서 그냥 해먹자 하면서 냉면을 했는데 그것을 먹어본 사람들이 점심 장사를 해도 되겠다고 말을 했고 또 주변에 있는 회사원들이 점심에 올 테니까 점심 장사를 하면 안되냐, 하며 점심 장사를 하게 만들었다고 해요.

김인선: 점심식사는 떡을 팔면서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보면 되겠네요. 새벽엔 떡 만드는 일을 하고 낮엔 식당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매출이 문제라면 탈북민을 주 고객층으로 생각했으니까 탈북민이 많이 사는 인천이나 노원에서 창업을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마순희: 그렇지도 않아요. 손님들이 직접 사가는 것보다 주문 받아서 배달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보니 가게의 위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이용하거나 지현 씨의 남편이 직접 배달을 하기 때문에 전국 각지로 다 떡 배송이 가능하니까요. 지현 씨가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상가 건물에 떡집을 연 건 지현 씨의 거주지에서 가까웠기 때문인데요. 새벽 일찍부터, 경우에 따라서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떡을 판매하려면 가능하면 주택밀집상가나 1,000세대 이상 아파트가 있는 곳에 차려야 유리하기에 지현 씨의 떡집은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현 씨가 무엇보다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떡 맛이 아니었을까요? 냉정하게 손님의 입장으로 제가 직접 지현 씨네 집에서 생일 떡케이크도 주문을 해보고 떡도 주문해 보았는데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보기에도 얼마나 예쁜지, 얼마 전에 중랑구의 한 어르신 집에 생일 케이크를 주문해서 가지고 갔는데 평생 이런 케이크는 처음 받아 본 것이라고 하면서 너무 예뻐서 자르지를 못하시더라고요.

김인선: 내 가게를 시작한다는 것, 그것도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선 관련정보를 많이 알아야 하는데, 위치 선정도 그렇고 지현 씨는 똑소리 나게 척척 알아서 잘 했네요.

마순희: 네. 하지만 아무리 똑순이 김지현 씨 일지라도 곁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없었다면 성공적인 창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업종선정부터 가게의 위치며 주 메뉴에 세금문제까지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거든요. 모르는 것을 전혀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은 지현 씨는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간혹 몇몇 사람들은 지현 씨의 말투를 들어보고 고향이 어딘지 물어보기도 했다는데요. 지현 씨는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오히려 더 친절하게 배워주었고 도움을 주려고 애를 썼다고 합니다.

지현 씨의 남편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한국에서 만난 지금의 남편은 언제나 지현 씨의 편이 되어 주었고 물심양면으로 지현 씨의 창업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는 농담으로 ‘지현 씨는 가게 사장이고 나는 종업원이고 배달부’라는 말을 한다는데요. 제가 봤을 땐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도 늘 지현 씨 곁을 지키고 있는 든든한 조력자인 것 같았습니다. 똑소리 나는 지현 씨의 노력과 함께 북한에서 고생을 많이 한 지현 씨가 한국에서는 행복하기를 바라는 남편의 성원에 힘입어서 지금도 가게를 잘 꾸려 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인선: 가게를 열기까지도 힘들지만 사실 가게가 잘 되게 유지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김지현 씨는 어떨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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