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반도에 건설되는 베를린 장벽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2024.08.14
[김태우] 한반도에 건설되는 베를린 장벽 지뢰 짊어지고 옮기는 북한군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지난 8 13일은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설치된 지 6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945 2차 대전 종전과 함께 세계는 소련이 주도하는 공산 진영과 미국 및 유럽이 주축인 자유 진영으로 양분되었는데, 패전국인 독일은 공산주의 동독과 민주주의 서독으로 분단되었습니다. 그것이 냉전의 시작이었습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1945 8월 독일의 패전과 함께 승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 4개 연합국이 분할 통치하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 소련군과 동독이 관할하는 동베를린과 서방과 서독 정부가 관할하는 서베를린으로 분할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전후한 시기에 일어난 일은 한반도의 사정과 너무나 흡사했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 소련군이 진주한 북한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공산 치하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고, 6·25 전쟁을 전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월남했습니다. 동서독에서도 그랬습니다. 1949년 동서독 정부 수립 이전까지 100만 명이 동서독 국경을 넘어 또는 인근 국가를 경유하여 서독으로 넘어왔고 1961년 베를린 장벽이 건설되기 이전까지 250만 명이 서쪽으로 탈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번의 긴장도 있었습니다. 1948년에는 소련의 스탈린이 서베를린을 차지하기 위해 서베를린으로 들어가는 모든 통로를 차단하는베를린 봉쇄를 감행했다가, 미국이 강력한 대응으로 봉쇄를 해제하는 사태가 있었고, 1953년에는 식량 부족에 불만은 품은 동독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가 소련군에 의해 진압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소련은 흐루쇼프 시절인 1958년에 또다시 서베를린 봉쇄를 위협하면서 서방 연합군의 철군을 요구하여 제2차 베를린 위기를 야기했습니다. 이런 중에도 사살 위험을 무릅쓴 동독인들의 탈출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동독 정권이 소련의 허락을 받아 내놓은 극약 처방이 베를린 장벽이었습니다.

 

그리하여 150km에 이르는 장벽과 302개의 감시탑이 건설되었고, 지뢰가 매설되고 곳곳에 서치라이트와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었습니다. 장벽으로 인해 1961 8 13일부터 동서 베를린은 넘나들 수 없는, 서로에게 금단의 땅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유를 향한 탈출은 끝없이 이어졌고 탈출은 자유를 달라고 외치는 동독 국민들이 장벽을 부숴버린 1989 11 9일까지 이어졌습니다.

 

1961년부터 1989년까지 동독을 탈출하다가 사살된 인원은 공식적으로 136245명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입니다.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소멸된 지 35년이 되는 지금 한반도에 베를린 장벽이 건설되고 있음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24 1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한국을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선언한 이래, 북한은 통일, 민족, 화해 등과 관련한 개념과 기구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있습니다. 3대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을 즉시 폐지했고,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가로등까지 철거했습니다. 경의선은 지난 2004년에 연결되어 개성공단 종사자들이 분주히 오갔던 통로였으며, 강원도 고성군과 북한 금강산의 온정리를 연결하는 도로로 2005년에 연결된 동해선은 한때 금강산행 관광버스와 대북 지원 물자를 실은 차량들이 오갔던 통로였습니다. 4월에는 2018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공동 유해발굴을 위해 건설되었던 화살머리고지 도로가 지뢰밭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지금 DMZ 250km 전 구간에 사람의 통과를 막는 장벽과 지뢰밭을 건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두는 북한이 체제 불안에 얼마나 예민한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증거들입니다.

 

한반도에 세워지고 있는 이 장벽이 언제 허물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독일의 사례에서 한 가지 분명했던 것은 장벽이 결코 자유를 향한 탈출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독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듬해인 1990년에 통일되었고, 동독이 자유의 땅으로 해방되면서 수많은 서독 기업들이 동독에 진출하여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수많은 동독인들이 통일독일의 시민이 되어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면서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통일 독일은 세계 제3위의 경제 대국입니다.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여사는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6년간 통일독일의 총리로 재임했습니다. 십 대 때 서독의 자유선거 결과를 화장실에서 라디오로 몰래 듣던 동독 소녀가 통일독일의 총리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한반도에도 그런 변화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민족은 머리가 명석하고 손재간이 뛰어난 우수한 민족입니다. 분단된 반쪽 대한민국만으로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되었으며, 2024 1 26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 3 4,653달러로 작년에 이어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고 합니다. 한반도도 통일이 되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과 견주는 경제 대국이 될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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