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남북한 잠수함 경쟁, 본격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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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들어서도 북한은 각종 군사 행사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정권 수립 75주년 9·9절을 맞아 김일성 광장에서 또다시 열병식을 거행했는데 이번에는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 즉 노동적위군의 열병식이었습니다.

열병식은 2월 8일 ‘건군절’과 7월 27일 ‘전승절’에 이어 올해에만 세 번째였는데, 열병식을 일 년에 세 번씩이나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뿐입니다. 다른 나라 같으면 군복을 입을 나이가 훨씬 지난 나이 든 장년들이 총을 들고 행진하는 것이나 전 인구의 4분의 1이 예비군으로 편성된 나라도 북한뿐일 것입니다.

그에 앞서, 9월 6일에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에서는 북한이 ‘첫 전술핵 공격잠수함’이라고 주장하는 ‘김군옥영웅함’의 진수식이 열려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북한은 이 잠수함을 조선인민군 해군 동해함대 산하 수중함 전대에 배속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잠수함의 모습을 살펴본 서방의 전문가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구형 잠수함인 로미오급 잠수함을 자르고 덧대어 길이를 늘이고 함교를 개량한 것 같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한국의 합참도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잠수함이 아닌 듯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형 수중 발사 미사일을 탑재하려고 욕심을 낸 나머지 배수량 1,800톤 잠수함을 무리하게 3천 톤으로 늘리고 수직 발사관 6개 정도가 정상인 3천 톤급 잠수함의 공간에 큰 발사관 6개에 작은 발사관 4개를 합쳐 도합 10개의 발사관을 부착하느라고 함교 중간이 불쑥 튀어나오게 된 것이라면서 이 잠수함이 정상적으로 작전을 수행할지 의문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잠수함은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이란 여러 시체에서 부분들을 잘라내어 합성하여 만든 후 번갯불로 소생시킨 소설 속의 인조인간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 잠수함이 핵무기를 탑재하고 다닌다면 한국과 동아시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므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북한의 핵 발사 잠수함의 등장으로 그렇지 않아도 잠수함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동해 바다 속의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특히 남북 간 잠수함 대결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지금 동해는 남북한과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6개 나라 잠수함의 대결장입니다. 중국은 송(宋)급·원(元)급 등 비핵 잠수함과 ICBM급 핵미사일을 장착한 진(晋)급 핵잠수함을 합쳐 60척 이상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해군력도 급속히 증강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비핵 잠수함 중 가장 크고 정숙한 ‘공포의 잠수함’으로 평가받는 4천 톤 소류급을 주력으로 하는 22척 체제를 운용하지만, 운용 가능한 잠수함들을 조기에 퇴역시켜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잠수함 세력은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합니다. 북한은 크고 작은 잠수함 약 70척을 가지고 있어 숫자로는 잠수함 강대국이지만 2천 톤 신포급, 1,800톤 로미오급, 300톤 상어급, 130톤 연어급 등 대부분 노후한 소형 잠수함들이며, 수직 발사관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은 한 척뿐인 신포급이 유일했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3천 톤 급 공격잠수함이 추가되는 것인데, 핵 추진 잠수함 건조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다수의 잠수함을 가진 상태에서 핵미사일 탑재까지 서두르고 있어 한국은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한국은 1,200톤 장보고급 9척, 1,800톤 손원일급 9척을 운용하는데 더하여 3,700톤 이상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들을 건조하고 있어 질적으로는 북한 잠수함에 크게 앞서지만, 북한의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더욱 기술격차를 벌여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은 도산안창호급 건조를 배치(batch)-1, 2, 3으로 나누어 각 배치에서 세 척씩을 건조하고 있는데, 현재 배치-1에 해당하는 도산안창호함, 안무함, 신채호함 등 세 척의 3,700톤급 잠수함은 최근에 진수되었습니다.

한국은 2021년 9월에 도산안창호함을 플랫폼으로 한 사거리 500km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는데, 이와 함께 배치-3을 핵 추진 잠수함으로 건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한국 해군은 이미 개발한 현무4-4를 비롯하여 사거리 500km에서 2~3천km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수중발사 순항 및 탄도미사일들을 운용하게 될 것이며, 배치-3이 완료되면 9척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이 총 78발의 대형 미사일들을 운용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현재 한국은 탄두 중량이 8~9톤에 달해 대도시의 블록 하나를 초토화시키는 핵무기급 ‘고위력 현무-5’ 미사일을 개발한 상태이기 때문에, 배치-3 잠수함은 이런 고위력 미사일, 적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EMP(전자기펄스)탄 등을 발사하는 전략무기 체계로 사용될 전망입니다.

이렇듯 북한 정권은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국력의 상당 부분을 군비증강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한국의 잠수함 전력 증강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본격적인 남북한 잠수함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