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이스라엘의 핵능력과 핵 아마겟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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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것이냐 아니면 팔레스타인 지역 내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소탕작전으로 국한될 것이냐를 결정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할 때 다행스럽게도 확전보다는 지역에 국한된 군사작전으로 마감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이유들을 지난주에 말씀드렸습니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군사적 상황이 그렇기도 하지만 이슬람 국가들도 강온의 양면적인 입장 차이, 종파, 안보 이해관계 등으로 복잡하게 분화되어 있어 한 덩어리가 되어 반이스라엘 전쟁에 나서기도 어렵다는 말씀도 드린 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최악의 사태를 가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즉 어떤 경위로든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고 이스라엘이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하게 되며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 독재세력들이 이스라엘을 압박하여 확전을 부추기는 지경에 이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어떤 나라든 핵 응징 위협이나 지구 종말 핵전쟁 즉 핵 아마겟돈(nuclear armageddon)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 수반 등의 비난을 무릅쓰면서도 하마스 전사들이 은신하고 있는 곳이라면 병원이든 학교든 가리지 않고 급습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살려둔다는 것이 나중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미국 등 서방세력이 성원해주는 시기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하마스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결의에 차있으며, 이스라엘 스스로의 군사력도 이런 결의를 뒷받침하는 요인일 겁니다. 이스라엘의 직접통치 지역은 경상북도와 비슷한 2만 1천㎢에 불과하며 인구도 930만 명에 지나지 않는 외형상의 소국이지만, 영국과 프랑스를 능가하는 핵강국으로써 국가 생존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결기는 1981년 공습을 통해 이라크가 건설한 오시라크(Osiraq) 원전을 파괴한 것이나 2007년 시리아가 북한의 지원으로 건설 중인 핵시설로 추정되는 시설을 폭파한 전력을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이 핵보유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핵보유를 부인한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강력한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공개된 비밀’입니다. 그것이 이스라엘식 ‘불확실 전략(strategy of nuclear ambiguity)’입니다. 전문가들은 있었던 사건들과 정황들을 종합하여 이스라엘의 핵탄두 숫자를 100~400개로 추정하며, 원폭, 수폭, 중성자탄 등을 두루 가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핵보유 시기는 1967~1973년으로 보는 것이 대세입니다. 이스라엘은 강력하고 정밀한 투발수단들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공대지 핵투발수단으로는 F-16 개량형, F-15E, F-15I, F-35 등 각종 전투기들과 그들이 운용하는 팝아이터보(Popeye Turbo) 순항미사일이 있으며, 지대지 미사일로는 사거리 1,500km의 여리고(Jericho)-II와 4,000km 사거리를 가진 여리고(Jericho)-III 미사일이 주력입니다. 이스라엘은 현재 더욱 강력한 여리고(Jericho)-IV도 개발 중입니다. 잠대지 플랫폼으로는 기존의 돌핀급 잠수함 5척과 금년에 진수한 드라콘급 1척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잠수함들은 특별 제작환 대구경 어뢰발사관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 발사관을 통해 사거리 1,000km 잠대지용 팝아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드론 강국이자 각종 인공지능과 첨단 C4I 자산들을 생산하는 군사강국입니다. 이런 과학적 기반과 고첨단 지휘통제 체계 하에서 핵을 사용하게 된다면, 중동에서는 이 핵공격을 피할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이후의 시나리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한 나라의 핵사용은 다른 나라들의 대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그렇게 발발한 핵전쟁은 ‘확전의 사닥다리’를 타고 온 인류의 절멸을 가져올 더 큰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즉 어느 한 쪽이 핵을 사용하면서 이 정도면 상대가 물러설 것으로 기대하지만 상대는 그 보다 조금 더 높은 강도의 핵 대응으로 나오면서 같은 기대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반복되어 전쟁이 커지는 것을 '확전의 사닥다리'라고 합니다.

이쯤 되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을 막는 것은 그 지역을 넘어 전 세계의 과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상태여서 모두가 합의하는 휴전해법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결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의 생존권을 인정하면서 공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으며, 9월 7일 하마스가 보여준 방식은 '피의 보복'을 불러올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누구든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없음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중동 사태의 확전을 막고 핵 아마겟돈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특정국들만의 책임이 아닌 온 인류의 당면과제이며, 특히 핵을 가진 나라들이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지금은 러시아, 중국, 북한 등 전체주의 진영 국가들이 통제 없는 핵고도화, 유엔안보리 결의 무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비준철회 등으로 핵세계를 흔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핵 아마겟돈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