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재조명 받는 유엔사 후방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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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의 ‘강대 강’ 대결국면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9월 하순 한·미·일 해군훈련에 반발하면서 무더기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11월 초순 한미 연합공군훈련 ‘비질런트 스톰’이 실시되자 또 다시 발악적으로 미사일을 쏘고 전투기들을 동원하여 위협비행을 했으며,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면서 완충구역으로 합의한 수역에 포사격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북한은 9월 25일부터 11월 9일까지 50여 기의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한·미·일 3국의 대응도 옛날 같지 않습니다. 한미 공군훈련을 마친 미국의 B-1B 랜서 폭격기들은 11월 5일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과 연합훈련을 실시했으며, 이어서 10일부터 19일까지 격년제 미일 합동 해상훈련인 ‘킨소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한국군과 손발을 맞춘 후 곧바로 일본 자위대와 손발을 맞추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키나와 북쪽 대만과 인접한 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훈련에는 미군 1만 명과 일본 자위대 2만 6천 명 그리고 항공모함을 비롯한 함정 30척, 군용기 370대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데, 중국의 대만 침공,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에 대비하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미국의 대응이 강경해지는 중에 북한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일본 근처에 다섯 척의 항모들을 결집시킨 가운데 오키나와에 있는 F-15 전투기들을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요인제거용 무기로 잘 알려진 MQ-9 리퍼 무인기 부대를 일본에 창설하고 한국에도 이 무인기를 들여와 모종의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번 ‘비질런트 스톰’ 훈련시에는 B-1B 스텔스 폭격기들이 동해가 아닌 서해로 진입하여 평양당국을 놀라게 했으며, 이와 함께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디코이(decoy) 살포 임무를 부여받은 A-10C 공격기들이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이론적으로 합쳐보면 북한에게는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전쟁을 도발할 경우 일본 요코다와 가네다 기지에서 발진하는 전자 전기들이 북한의 방공레이더들을 마비시킬 것이며, 이어서 괌에서 출격한 A-10C기들이 디코이를 살포하면 북한의 방공부대들은 갱도에서 나와 대공사격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스텔스 전폭기들이 노출된 북한의 방공부대들을 궤멸시키고 그 뒤를 이어 괌과 일본에서 출격하는 전략폭격기들이 사전에 정해 놓은 순서대로 수백 곳의 북한 내 전략목표들을 파괴할 것인데, 그 전략목표들에는 수뇌부와 지휘소, 핵무기 저장고, 미사일 발사기지, 공군기지, 해군기지, 발전소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일본 내 유엔사후방기지(UNC Rear Bases)들이 새로이 조명을 받고 있는데, 이들이 유사시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한 발진기지라는 점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6·25 전쟁 발발과 함께 유엔군의 한국참전을 위해 일본에 설립되었던 유엔군사령부는 정전과 함께 한국으로 이전되었고, 이와 함께 유엔사는 일본 내 89개 미군기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일곱 군데를 유엔사후방기지로 지정하여 한반도 전쟁 재발에 대비하고 각종 전쟁물자와 장비를 비축하고 있습니다. 이 기지들은 그 자체로 침략군을 타격하는 타격기지이며 동시에 미 본토에서 증원되는 미군은 물론 한국을 도와 참전할 다른 나라 군대가 한반도로 전개될 수 있도록 해주는 중간기지입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와 최단거리에 있는 사세보 해군기지에는 서태평양 최대 규모의 비축시설이 있는데 여기에는 탄약, 유류, 장비 등이 비축되어 있고, 요코다 공군기지는 6·25 때와 마찬가지로 각종 폭격기와 수송기의 출격기지가 될 것이며, 오키나와 후텐마 해병기지에 주둔하는 미 제3해병원정군(III-MEF)은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참전할 유엔군이 될 것입니다.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는 미군의 최대 해외 공군기지로서 전투기,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 각종 항공기들이 주둔하고 있는데 전투기들은 한반도 유사시 1시간 만에 군사분계선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미·일 삼국 간 안보협력 체제가 강화되고 있음은 북한으로서는 반기지 않는 일이지만, 이런 사태는 북한 스스로가 초래한 것입니다. 북한으로서는 한·미 또는 한·미·일 연합훈련을 ‘북침연습’이라고 비난하지만 정보가 개방된 나라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말을 믿을 이는 없습니다. 끊임없이 외부 세계와 교류하면서 무역대국이 되고 경제대국이 된 한국이 북침전쟁을 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결국 한·미·일 연합훈련을 북침연습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북한 내부를 향한 선전용일 뿐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