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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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11/22) 영국을 국빈 방문 중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15일에서 18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 정상회의(APEC)에 참석했습니다. 거기서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취임 후 일곱 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도 만났습니다. 지난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 후 석 달 만에 또 다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열기도 했습니다. APEC 회의 중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도 환담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는 18일 잠시 귀국했다가 이틀 만인 20일 영국으로 출국했는데, 현재 영국에서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포함한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23일에서 25일까지 프랑스를 방문하여 2030년 세계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한 외교활동을 벌인 후 26일 귀국할 예정입니다. 이렇듯 윤석열 대통령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숨돌릴 여유도 없이 정상외교에 임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하면서부터 ‘동맹 및 서방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세계를 향한 정상외교에 나섰습니다. 즉 국가생존을 위한 ‘동맹·우방 중시 외교’와 함께 경제적 번영을 위한 ‘전방위 외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세계 도처에서 현상 변경을 위해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나라들과 이들을 견제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 사이에 ‘신냉전’ 대결이 격화되고 북핵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 수치들을 보면 윤 대통령이 각종 신기록을 갱신하면서 열심히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래 1년 반 동안 정상외교를 위해 무려 22회의 해외 순방을 다녀왔는데, 이제 영국과 프랑스 방문까지 마치면 23회가 됩니다. 방문국도 매우 다양합니다. 윤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스페인, 영국, 프랑스, 폴란드, 캐나다, 스위스, 리투아니아 등 서방국들도 방문했지만, 인도, 베트남(윁남), 캄보디아 등 신냉전 대결에서 비껴 서 있는 ‘제3지대’ 국가들과 인도네시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들과의 교류협력을 위해서도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 외교를 위해 이미 사용한 것과 향후 사용할 분량을 합쳐 2023년에만 660여억 원의 예산을 사용할 예정인데, 이런 통계는 윤 대통령이 정상외교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 지를 여실히 대변하고 있습니다.

정상외교의 의제도 매우 다양합니다. 윤 대통령은 안보 외교를 위해 미국, 일본, 나토(NATO) 등을 방문하여 워싱턴 선언, 캠프 데이비드 합의 등을 이끌어냈지만, 스스로 ‘대한민국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면서 세계 각국과의 교류협력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캐나다와 인공지능 분야 협력을 그리고 리투아니아와는 관광 및 문화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고, 폴란드와는 방산, 배터리, 미래차, 원전, 친환경 에너지 등을, 아랍에미리트(UAE)와는 추가적인 원전 건설을 협의했으며, 스위스와는 의약 분야와 미래산업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프랑스와는 투자 유치를 위해 협의했고, 베트남에서는 공급망 안정화와 희토류 자원 개발을 타진했습니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여 걸핏하면 수출 규제를 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자원 수입의 다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사우디에서 가서는 식품, 의료, 건설 등 다분야에서 21조원 규모의 계약을 예고하는 51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카타르에서도 3조원 규모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건설, 방산, 농업, 문화 등 협력분야를 확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2030년 세계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한 홍보전을 펼친 것도 당연했습니다. 외국의 정상급 인사가 한국을 방문하여 윤 대통령과 회담을 한 횟수도 39회에 이릅니다.

어떻게 보면, 협소한 국토에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세계를 상대로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이 최빈국이던 대한민국이 수십년 만에 경제기적을 이루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비결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비하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12년 동안 일년에 평균 한 차례의 외유를 했을 뿐이며, 대부분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한 것입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도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해외 순방을 하지 않았으며, 비행기를 타지 않고 수 주일 동안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방문하곤 했습니다. 세계와 담벼락을 쌓고 고립 국가로 살아가는 나라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공군 1호기가 윤 대통령 부부를 태우고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것처럼, 북한도 개방 국가가 되어 전 세계와 교류하면서 최고 지도자의 전용기가 바쁘게 세계 이곳 저것을 누비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