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국 전문가들의 한국핵무장론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1.12.08
[김태우] 미국 전문가들의 한국핵무장론 사진은 지난 2019년 10월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71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보인 패트리어트 지대공유도미사일 PAC-3.
/연합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계속하고 중국이 이를 지원하면서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물론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이제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자유민주주의 동맹국들의 핵무장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의 많은 전략가들은 현 동북아 상황을 ‘신냉전’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현상유지 세력인 미국과 현상 타파세력이자 팽창주의 세력인 중국 간의 전면 경쟁 구도 하에서 중국·러시아·북한으로 구성된 대륙세력과 미국과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국들로 구성된 해양세력 간의 세력 경쟁 및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 호주 등 기존 동맹들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서태평양, 인도양, 남중국해 등에서는 해양의 안정성과 공개성을 유지하기 위해 민주주의 해양국가들과 함께 ‘항행의 자유 작전(Navigation of Freedom Operation)’을 펼치고 있으며,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4국 안보대화(QUAD), 오커스(AUKUS) 등을 통해 중국의 난폭한 팽창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이 신냉전 구도 하에서 북핵은 대결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탄(MIRVed ICBM), 순항미사일(C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추진 잠수함(SSN), 변칙기동 탄도미사일(pull-up BM), 극초음속 미사일(HGV, HCM) 등 지금까지 핵강국들이 보유해온 전략무기들을 개발하면서, 서방의 전략가들은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난 만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핵전략을 외교에서 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산정책연구소와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공동 작성하여 금년 4월에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북한의 핵무기가 80~100개를 넘으면 한미 양국은 지금까지의 설득과 외교 방식을 넘어 선제공격, 참수작전 등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핵억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내에서의 강력한 억제전략을 주문하거나 미국 전술핵 재반입 또는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전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서 유사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음은 주목할 만 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핵정책은 동맹국들의 독자 핵보유를 만류하면서 대신 핵우산을 통해 보호해주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국방대학교(NDU)에서 일단의 장교들이 작성하여 2019년 7월에 발표한 한 연구보고서는 동북아의 핵안보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미국이 전술핵을 이 지역에 재배치하여 한국 및 일본과 공동 운용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연구서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핵전략과 핵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전략서인 핵태세검토서(NPR)를 개정하면서 사용가능한 전술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 코멘트하면서 이렇게 주장한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바로 얼마 전인 2021년 10월 7일 미국 다트머스대의 제니퍼 린드(Jennifer Lind) 교수와 대릴 프레스(Daryl Press) 교수는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폭탄을 만들어야 하는가(Should South Korea build its own nuclear bomb?)”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제는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해야 하고 미국은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 교수들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로 한미동맹이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를 개선하는 길은 미국의 지원 하에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핵무기의 확산을 방지하는 비확산체제의 헌법에 해당하는 NPT, 즉 핵무기비확산조약의 제10조는 “회원국은 자국의 핵심적 이익(supreme interests)을 심각하게 위태롭게 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3개월 전에 탈퇴를 통고하고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1993년 NPT탈퇴 소동을 벌였을 때 그리고 2002년에 탈퇴할 때 원용한 것이 바로 이 조항입니다. 린드 교수와 프레스 교수는 핵무장 북한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한국도 이 조항을 원용하여 NPT를 탈퇴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이 스스로와 한미동맹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제는 핵무장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렇듯 북한의 막무가내식 핵무기 개발은 이미 한반도와 동북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한국 국민은 한반도와 동북아가 핵무기의 화약고가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북한이 자중하고 핵무기를 내려놓는 것이 최상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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