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지도자의 은혜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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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반도는 전례 없는 폭우로 큰 수해피해를 입었습니다. 남한에서는 열흘 넘게 전국에 물폭탄이 쏟아져 발생한 이재민이 7800명을 넘어섰습니다. 사망·실종자 40여 명, 시설피해는 25천여 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남한보다는 덜했지만 북한의 강원도와 황해도 일대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북한에서는 은파군 외에 다른 지역의 피해 여부나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적십자사와 긴급재난대응 국가위원회는 국제기구에 홍수로 2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으며 가옥 8,256채가 파손 또는 침수되었고 경작지 22000ha(헥타르) 이상이 파괴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홍수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을 피해지역 인민들에게 세대별로 공급해주기 위한 문건을 제기할 데 대해 해당 부문을 지시했습니다. 또한 피해복구건설 사업에 필요한 시멘트를 비롯한 공사용 자재보장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무위원장 전략예비물자를 투입하고, 복구 작업에 군대를 동원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은파군에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이 도착했습니다. 노동신문과 텔레비전에는 현지에 도착한 양곡 수송용 트럭을 감격에 겨워 맞이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양곡전달모임에서 친어버이 사랑에 대하여 눈물을 흘리며 토론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방영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피해상황이나 복구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남한에서도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피해지역을 찾아가 주민들과 함께 복구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이 방영되었습니다. 탈북민인 태영호 의원이 옷에 감탕을 묻히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주민들의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수해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김정은의 사랑과 은정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남한에서는 지원이 국회와 정부가 만든 국가법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됩니다. 남한에서는 각 지역에서 피해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조사하고 중앙에서는 그를 집계해서 매일 발표했습니다.

남한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있습니다. 이 법은 재난의 예방과 재난 발생시 재난 복구시의 계획과 대처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난 발생시 주민은 국가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복구 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는 재난이 발생하면 재해를 입은 지역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합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이재민은 응급대책 및 재난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ㆍ재정ㆍ금융ㆍ의료 등의 특별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재난 구호 및 복구 사업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번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12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고 1995년에 만들어진 재난지원금 액수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사망의 경우 1천만원에서 2천만원(1만 달러에서 2만 달러)으로, 침수의 경우 100만원에서 200만원(1천 달러에서 2천 달러)으로 2배 상향 조정키로 했고 다른 보상 기준도 상향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사랑과 은혜를 받은 지역만 도움을 받지만 남한에서는 수해피해를 입은 모든 주민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습니다. 이번에 남한에서는 수해지역에 대한 조사를 잘해서 수해피해자들이 국가지원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할 것이 강조되었지만 북한에서는 은파군에 돌려주는 지도자의 사랑과 은혜만 강조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은파군 외에도 황해남북도와 강원도, 평안남도의 적지 않은 지역에서 수해피해를 입었습니다. 은파군 주민들은 쌀을 받고 국가에서 집도 지어주지만 피해를 입은 다른 지역의 주민들은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할 것입니다.

피해지역 구제는 지도자의 사랑과 은정이 아니라 국가의 법과 정책에 의해 보장되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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