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김씨 왕조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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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는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에 힘을 넣고 있습니다. 1만 2천명의 돌격대가 삼지연군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조건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못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먹을 것 땔 것이 부족한 돌격대원들이 주민집을 습격해서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삼지연건설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의 식량은 물론 된장까지 주민들에게서 모아서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수령의 고향을 신성시합니다. 북한에서는 일찍부터 김일성의 고향인 만경대를 잘 꾸려놓고 혁명의 태양이 솟은 성지로 승격시켰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만경대를 찾도록 하는 방법으로 충성심을 고취해왔습니다. 김일성은 가난한 농사군의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만경대고향집에는 평범하고 가난했던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황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수령님은 인민의 아들로 인정받았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고생하면서 성장한 수령의 역사를 배우며 주민들은 동질감을 느꼈고 감동했습니다.

김정일이 지도자로 등극했을 때 북한지도부는 고민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김정일은 소련의 하바롭스크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정일이 지도자로 등극하던 시기는 북한의 역사위조가 가장 극심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북한에서는 빨치산이 1940년대 소련에 들어갔고 거기서 소련군의 지원 하에 훈련했고 소련의 대일전쟁의 결과 조선이 해방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금기시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도자의 고향을 소련의 변방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혁명의 성지로 되어야 할 지도자의 고향이 주민들이 찾아갈 수 없는 소련에 있다는 것도 문제로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도자의 고향을 백두산으로 바꾸었습니다.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에는 김일성이 직접 소백수 골 안에서 고향집터를 찾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존경하는 김일성도 주민들 대상으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도자가 하바롭스크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사실을 누설한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습니다.

북한은 김정일이 생존하던 시기 고향집을 만들었습니다. 통나무귀틀집을 짓고 백두밀영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리고 뒷산에 정일봉이란 이름을 크게 새겨 넣은 수십 톤에 달하는 바위도 올려놓았습니다. 고향집 마당에는 김일성이 지은 김정일 찬가도 돌에 새겨 놓았습니다.

김정은은 아버지의 고향집이 소재하고 있는 삼지연군을 혁명의 성지답게 더 훌륭히 꾸리겠다고 합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수령의 후계자가 갖추어야 할 첫째가는 품성은 선대수령에 대한 충성심입니다. 이런 면에서 삼지연 꾸리기는 수령의 후계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로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의 고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추운 겨울에 삼지연군 개건공사를 벌려놓은 것입니다.

성지란 단어는 종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종교적으로 중요하여 신성시하는 장소를 성지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지는 예루살렘입니다. 이곳은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3개 종교의 성지로 되고 있습니다. 종교인들이 자기가 믿는 종교 성지에 찾아가 기도하는 것을 성지순례라고 합니다. 교인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성지를 순례하며 그를 일생 최대의 의무로, 행복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고향집들을 성지로 만들고 주민들이 만경대고향집과 백두밀영을 찾도록 조직하고 있습니다. 자각적이지는 아니지만 일종의 성지순례인 셈입니다.

그러나 백두산 고향집 순례가 주민들의 충성심을 얼마나 자극할 지는 의문입니다. 북한 당국이 그렇게 강하게 통제함에도 불구하고 외부소식은 나날이 더 많이 주민들에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백두산고향집이 가짜라는 사실을 전 주민이 알게 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백두밀영을 참관하면서 주민들은 김정은의 고향집은 어떻게 만들까 궁금해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