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조용한 모내기와 떠들썩한 모내기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4.05.13
[김현아] 조용한 모내기와 떠들썩한 모내기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연합뉴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5월 모내기철이 돌아왔습니다. 북한은 모내기를 제때에 끝내기 위한 선전선동에 총력하고 있습니다. 모내기에 전당, 전국, 전민이 동원되라고 호소하고 있고 신문과 방송에서는 모내기소식이 계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모내기철이 돌아오면 농장원은 물론 전 주민이 동원됩니다. 5월이면 대학생, 고급중학교 학생들은 1개월 이상 농장원들의 사택 윗방에서 숙식하면서 모내기가 끝날 때까지 논밭을 정리하고 모를 뜨고, 모내기를 하는 전 과정을 농민들과 함께 합니다. 위에서 지시한 의무동원노력을 보장하기 위해 군인들, 사무원들, 노동자들은 교대로 농촌에 나가 모내기에 참가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장사로 살아가는 가두여성들도 장사를 접고 일일 농촌동원을 다녀야 합니다.

 

모내기 때면 농촌마을은 사람들이 붐빕니다. 모판에서 모를 뜨는 사람들, 논판으로 모를 나르는 사람들, 논에서 손 모내기하는 사람들, 모내는 기계 운전공과 보조원들, 모내는 기계를 따라다니며 빈 곳에 모를 심는 모 보식공들, 거기에 경제선동대원들까지 오면 벌판이 떠들썩합니다.

 

남한도 모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주요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모내기 관련 소식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도시주민들은 농촌동원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학생들은 벼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책으로만 배울 뿐 농사일을 전혀 할 줄 모릅니다. 모내기철이지만 농촌마을은 조용합니다. 모판을 가득 실은 차가 논 옆에 세워져 있고 모 이앙기와 사람 몇 명이 오갈 뿐입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 그 넓은 논이 파랗게 변합니다.

 

왜 남북의 모내기 풍경이 이렇게 차이 날까? 1970년대 이전에는 남북의 모내기 풍경이 같았습니다. 그러나 모내기 기계를 도입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내는 기계를 먼저 도입한 것은 북한입니다. 북한은 1970년대 초부터 농민들의 힘든 노동을 덜어주라는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모내는 기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북한에서는 모를 심는 작업만 기계로 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모내기를 하려면 우선 모판에서 벼모를 하나씩 손으로 떼어내어 가지런히 한 다음 묶어서 모춤을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말로는 모뜨기, 남한말로는 모찌기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이 선행공정은 그대로 두고 운전공이 기계를 운전하고 두 명의 보조공이 뒤에 앉아서 묶은 모춤을 풀어 모통에 넣으면 이앙장치로 하나씩 뽑아서 모를 심는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남한은 모 이앙기를 70년대 후반기부터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한의 모 이앙기는 모뜨는 과정을 없앤 것이었습니다. 모를 상자에서 기른 다음 통째로 떼어내어 이앙기에 올려놓으면 모가 뽑혀서 심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초기에는 사람이 이앙기를 밀고 다니는 무동력 기계로 시작했으나 80년대부터는 동력으로 모를 심는 기계가 도입되었습니다. 모 이앙기가 도입되면서 많은 인력이 필요 없어졌습니다. 과거에 벅적거리며 모내기하던 풍경은 추억으로만 남았습니다

 

북한에서는 모내는 기계를 도입하기 시작한 후 반세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모내기철이면 논밭이 사람으로 가득 찹니다. 손으로 모를 떠야 하는 것은 물론, 모내는 기계도 반세기 전의 것에 비해 별로 개선된 것이 없습니다. 그것마저 많지 않고 고장도 잦고 원유가 부족해서 가동률도 높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손 모내기하는 곳이 많아 모내기 때면 온 나라가 논판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 만경대구역에서 온실에서의 벼모 재배방법이 처음으로 도입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온실 벼모 재배는 온도보장을 위해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온실 벼모 재배를 위해서는 상자에서 벼모를 키우고 모내는 기계를 바꾸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 모내기 기계화가 추진되어 남한처럼 조용한 모내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해 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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