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7.27을 강조하는 북한의 속사정

김현아·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4.07.29
[김현아] 7.27을 강조하는 북한의 속사정 북한 각지에서 조국해방전쟁승리 71주년(7월 27일)을 뜻깊게 경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7 27일은 전승절입니다. 북한에서는 올해도 이날을 맞으며 노병들을 평양에 초청하여 경축행사를 크게 진행했습니다. 김정은의 참가 하에 노병들과 상봉모임, 기념행진, 대규모 경축공연을 진행했으며 각지에서 다양한 행사를 조직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를 통해 주민들 가운데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고취했고 전쟁 참가자들처럼 당과 수령에 충성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서 가장 충격 받는 것은 조국해방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접하면 대다수가 이를 부인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에서 교육을 더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더 믿지 못합니다. 북한 당국이 전쟁을 시작할 때 간부들에게조차 비밀에 부친 데다 정교하게 사건을 조작하고 그를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주민들에게 주입시켰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남한을 무력으로 통일하기 위한 전쟁안을 스탈린에게 제의해서 승인을 받았다는 소련문서가 세상에 공개된 것은 1994년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오히려 1996년에 7 27일을 전승절로 정하고 국가적 명절로 공포했습니다.

 

또한 탈북민들은 김일성이 6.25전쟁을 승리로 이끈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랍니다. 김일성은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이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 오판했고, 특히 미국의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스탈린과 모택동이 사전에 정보를 알려주고 방어를 조직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전선에 집착하다가 북한군 전체가 포위 당하는 심각한 작전 과오를 범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 군대는 남한 지역은 물론 북한 지역도 잃고 압록강까지 후퇴해야 했습니다. 당시 중국의 참전이 없었다면 북한은 전쟁에서 완전히 패했을 것입니다. 중국군의 참전으로 북한은 파멸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그 때부터 전쟁의 지휘권이 중국의 펑더화이에게 넘어갔습니다. 이후 중국군이 북한군을 대신해서 전쟁을 치렀지만 북한 주민들은 중국 인민지원군이 자신들을 좀 도와주었다는 정도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조국해방전쟁 실패의 책임이 박헌영, 이승엽 등 미국의 고용간첩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김일성은이들 때문에 미국과 비밀 없는 전쟁을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미국의 간첩이 아니라 김일성의 가장 큰 정적이었습니다. 김일성은 그들에게 전쟁실패의 책임을 씌워 처형함으로써 정치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전쟁 실패의 책임에서도 벗어나게 되었고 전쟁을 승리에로 이끈 백전백승 강철의 영장으로 추앙받게 되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6.25전쟁을 승리한 전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불의에 침공했지만 인민군대는 전쟁 후 한 달 만에 낙동강까지 진격하는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고 월미도 영웅들은 목숨 바쳐 인천상륙작전을 저지시켰으며, 전선이 고착되었을 때 가장 치열했던 1211고지를 목숨으로 지켜냈고 전체 인민이 떨쳐나서 전선과 후방을 사수함으로써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국을 물리치고 승리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탁월한 전략가인 김일성의 둘레(두리)에 굳게 뭉쳐 자체의 힘으로 조국을 지켜낸 영웅적 인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 주민에게 자부심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역사는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초입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이 대부분 허위라는 것이 드러나면 당과 국가에 대한 믿음, 나아가서 정체성이 흔들리게 됩니다. 북한이 위조한 역사 중에서 가장 숨기기 어려운 부분은 바로 전쟁 시기입니다. 전쟁은 남북이 함께 겪은 사건이고 미국, 중국, 러시아가 개입한 것이어서 자료가 너무 많아 속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눈을 가리려고 전쟁이 끝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전승기념일을 날이 갈수록 더 크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6.25의 진실은 시간상 문제일 뿐 북한 주민들에게도 알려지게 될 것이며 부메랑이 되어 북한 지도부를 흔들게 될 것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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