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수해 피해 책임 논란
2023.08.28
김정은이 태풍에 의한 침수 피해를 본 안변군을 찾아 일꾼들의 무책임을 질타한 이후 중앙당 조직지도부가 강원도 당위원회 일꾼들까지 참석시켜 안변군 당위원회에 대한 사상투쟁회의를 이틀간 진행하고, 책임있는 간부들을 해임 철직했다고 합니다. 당 조직부는 “태풍이 온다고 이미 알렸음에도 작년과 똑같은 현상을 초래한 것은 일꾼들이 안일한 태도를 가지고 무책임하게 일했기 때문”이라며 일꾼들의 만성적이고 해이한 태도를 강하게 지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철직된 간부들은 억울하기 그지없었을 것입니다. 그 책임은 안일, 해이보다는 비가 많이 온 자연현상에 대한 책임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지구는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때 아닌 태풍, 수해, 추위와 더위 등 각이한 재난이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모든 나라들이 재난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초래되는 재난이 지난시기의 평균을 뛰어 넘는 것이어서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도 수해 피해를 입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북한에서 수해 피해의 근본원인은 산이 헐벗은 데 있습니다. 1970년대만 해도 북한의 산림은 상태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가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석탄 공급에서 차질이 생기자 산의 나무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80년대 중반부터 수해 피해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산림면적이 더 급격히 줄었고 수해 피해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최근 북한이 치산치수에 전력하면서 산림면적이 이전에 비해 조금씩 늘고 있지만 단시일내에 산림면적을 모두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 산에 나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조금만 비가와도 토사가 밀려 내려와 하천을 메우게 되고 자연히 빗물이 넘쳐나 둑이 터지고 주변이 비에 잠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당장 막자면 도시의 배수시설을 크게 늘려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는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구비된 도시가 거의 없습니다. 가장 큰 도시들인 함흥과 청진 그리고 평성 같은 주요도시라 해도 평시에도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 도시에서는 하수도 시설을 보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수도시설 건설에는 상부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만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도소재지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군에서 하수도 시설을 늘린다는 것은 당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지방 도시들의 수해막이 대책은 물도랑을 깊게 파고 도랑 옆에 축조를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많은 비가 오면 도랑에 토사가 차고 물이 넘쳐 축조한 도랑이 다 무너집니다. 그러면 다음해엔 다시 파고 축조를 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름이 오면 도랑을 파는 공사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입니다. 삽으로 도랑을 파고 손으로 돌 축조를 해야 하니 그 노역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그러다가 운이 나빠 태풍이 지나가거나 많은 비가 와서 피해가 크게 나면 위에 보고되고 그 책임은 간부들에게 돌아가 해임, 철직됩니다. 간부들은 책임을 면하기 위해 주민들을 내모는, 이러한 일이 매해 반복되고 있습니다.
낮은 지대에 위치한 일본 도쿄에서는 하루에 1년치 비가 다 쏟아지는 것과 같은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지하에 대형 빗물 터널을 건설해서 수해피해를 막고 있습니다. 지하 43m 지점에 설치된 이 터널은 직경 12.5m, 길이 4.5km인데 빗물을 54만 톤까지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도쿄에선 1988년부터 2005년까지 약 10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하수도 시설 보강확장공사를 위한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아랫간부들과 주민들만 들볶고 있습니다. 수해 책임을 밝히려면 하수도시설을 건설할 재정을 배정하지 않은 북한지도부부터 조사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