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 농장 결산분배의 진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3.10.30
[김현아] 북한 농장 결산분배의 진실 황해남도에서 농부들이 쌀을 수확하고 있다.
/AP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의 신문 방송은 올해 농사가 잘되어, 농업생산계획을 넘쳐 수행한 협동농장에서 분배가 진행되고 있는 소식을 연일 내보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10 22일 북한의 주요 곡창지대에서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가을걷이' '낟알 털기'를 마친데 이어 '국가 알곡수매'까지 성과적으로 끝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보도들을 보면 주요 곡창지대, 도나 군내의 몇 개 농장을 지적할 뿐 계획을 수행한 농장의 비율을 언급한 보도는 없습니다. 이는 올해 농사가 잘되었다고 하지만 계획을 못한(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농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을철이 되자 북한에서 농작물을 둘러싸고 군대와 농장 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군량미는 고난의 행군 때부터 농장원들의 원망의 대상으로 되어 왔습니다. 농장에서는 알곡을 생산하면 먼저 생산량의 30%를 군량미로 무조건 바쳐야 합니다. 그것을 바치지 못하면 관련 책임자들이 군사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바치는 군량미 양은 그해 수확의 30%가 아니라 연초에 내려 보낸 알곡생산계획에 준해서 정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알곡생산계획이 너무 높이 정해져 하달되는데다 농사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계획을 할 때보다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연초에 정해진 군량미 양은 무조건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량의 30%가 아니라 40%, 50% 심지어 70%를 바쳐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올해는 군인들에게 총을 쥐어 주고 농작물을 가져가는 사람이 있으면 쏘아도 좋다는 지시까지 내렸습니다. 북한에서 군량미는 군인들이 직접 농장에서 공출해 갑니다.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 때부터 농장의 알곡수확량이 줄어들고 철도도 중단되고 원유도 부족해서 알곡수송도 힘들어졌습니다. 국가는 각 구분대에 필요한 식량을 농장에서 직접 공수해가도록 밭을 지정해주었습니다. 한 해 동안 힘들게 일해도 농량조차 얻을 수 없는 농장원들은 기회만 되면 밭에서 알곡을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군부대에서는 농장이 지정되면 군인들을 농장에 파견하여 논밭과 탈곡장을 지키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농장원들은 군대가 논밭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불안합니다. 북한군대는 공급이 열악해서 부족한 것을 주민들에게 훔쳐서 보충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군대에게 알곡을 지키라는 것은 농장원들이 생각하기에 도적에게 알곡을 맡겨 놓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올해에는 군대가 알곡을 접수해 가면서 수분을 문제로 삼아 감모비율을 높게 계산하여 농장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수분양에 따라 알곡을 더 많이 주어야 하는 농장으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을 것입니다.

 

또한 올해는애국미도 농장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애국미는 농민들이 국가발전을 위해서 쓰라고 자발적으로 바치는 알곡입니다. 그런데 농장에서 비율을 정해서 의무적으로 애국미를 삭감하고 알곡을 분배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받는 알곡양은 국가배급기준에 따라 정해진 양으로 별로 여유가 없는데 애국미를 바치고 나면 식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는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농사문제를 관할하기 때문에 간부들이 알곡생산량을 부풀려서 보고했습니다. 알곡생산계획을 수행했다고 보고했으니 군량미는 물론 양곡판매 계획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양곡판매소에 수매하는 알곡 값은 시장보다 값이 싸게 정해집니다. 영농자재를 구입하려고 빌린 돈을 알곡으로 갚아야 하고, 애국미도 의무적으로 바쳐야 하고, 이런저런 명목으로 알곡을 다 처분하고 나면 농장원들에게 남는 몫은 얼마 안 됩니다. 계획을 못한 농장은 물론이고 계획을 했다고 보고한 농장에서도 농량조차 차례지지 않은 농민들이 많을 것입니다.

 

식량이 떨어지면 농장원들은 다시 곡식을 꾸어서 풀죽을 먹으면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는 지도자의 은덕으로 농사가 잘되어 농민들이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고 자랑하니 농민들은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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