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베를린장벽 붕괴 30년 이후 동독과 북한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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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독일 베를린의 장벽 기념관에서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뜻깊은 행사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연방하원 의장 등 독일 정치 인사와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유럽 정상들이 참가했습니다. 동독지역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려다 동독 경비병의 총격에 숨진 동독 시민들을 추모했습니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자유를 제약하고 사람들을 막는 장벽이 아무리 높고 넓어도 결국은 무너진다는 교훈을 준다"는 뜻 깊은 연설을 했습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었을 때 남한주민들은 남북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환호하고 열광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전혀 달랐습니다. 북한지도부는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주민들에게 동유럽의 붕괴와 동서독의 통일로 이전 사회주의국가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파괴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회주의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외부정보에 접할 수 없는 북한주민들은 지도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사회주의를 지킨다는 이유로 선군정치, 군사독재정치를 선포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선군정치는 북한정권을 지켜냈고 남북통일을 막아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났습니다. 30년이 지난 오늘 북한과 동독은 너무나 대조적으로 달라졌습니다. 30년 전 동독은 사회주의국가들 가운데서 경제적으로 제일 발전된 나라에 속했지만 당시 동독의 1인당 GDP는 서독의 40% 수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8년 동독의 1인당 GDP는 서독의 75%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동독의 경제력은 옛 서독지역보다는 낮지만 유럽전체에서 상위권에 속했고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0년 전 북한의 1인당 GDP는 남한의 18.6%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북한의 1인당 GDP는 남한의 4%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아시아국가들 중 1인당 GDP에서 최하위국가에 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의 인권상황도 여전히 열악합니다.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수십만 북한주민이 아사했고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북한주민들이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전염병에 노출되어 있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권리는 더더욱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없고 정치범수용소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선전한 것처럼 동서독의 통일과 동유럽사회주의의 붕괴는 사회정치적 혼란도 가져왔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동서독의 통일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독일의 통일은 동독주민에게 새로운 기회로 되었으며 이전보다 훨씬 낳은 삶을 누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기간 북한지도부는 미국 때문에 통일을 못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통일을 가장 싫어하는 집단은 북한지도부일 것입니다. 남북의 국력이 하늘과 땅같이 차이 나는 조건에서 통일이 되면 자기들이 권력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경에 2중 3중의 경계망을 펼치고 남한으로 가려는 하는 주민은 정치범으로 몰고 지어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강하게 처벌하는 상황은 북한지도부가 통일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 1990년에 동독처럼 남북이 통일되었다면 북한주민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남북의 통일은 북한지도부에게는 분명 불행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에게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이 차려졌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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