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경제지표
2019.12.23
며칠 전 북한 노동신문은 "올해 우리의 형편은 어려웠으나 그 속에서도 거대한 승리만을 이룩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제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를 크게 소개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삼지연관광지구와 양덕온천관광지구 건설 준공식을 진행했습니다. 그 외에 경성군 중평남새온실, 양묘장, 어랑천발전소 팔양땜,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기술개발원과 자연박물관도 건설했습니다. 신문은 이러한 성과를 근거로 올해를 혼연일체의 위력으로 역사의 기적을 창조한 해로 규정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후 몇십 년간 큰 규모 건설을 거의 하지 못하던 북한에 있어서 최근 건설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들은 큰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건설은 경제의 한 분야로, 건설성과가 나라의 경제발전을 대표하지 못합니다. 국가의 경제발전에 대해 평가하려면 그 해의 국민총소득과 1인당 국민소득의 증가율을 보아야 합니다. 국민총소득은 일정한 기간(보통 1년)에 해당국가 국민들이 새로 생산한 가치를 모두 합한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총소득은 인구가 많으면 커지기 마련이므로 그 나라 주민의 경제상황을 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라의 경제발전 상황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국민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누어 1인당 국민소득을 알아봅니다.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1년간 국민소득에 근거하여 전년에 비해 경제가 몇% 성장했는지 평가하고 공식적으로 발표합니다.
얼마 전 남한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는 통계시스템을 재편하면서 경제통계가 시작된 1953년 이후의 경제발전상황을 종합해서 발표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53년 76달러에서 지난해 3만 3,434달러로 503배 늘어났습니다.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10%로, 한국전쟁 이후 평균 7년마다 1인당 소득이 두 배씩 높아졌습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국민소득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추정에 의하면 2018년 북한의 국민소득은 1,670달러입니다. 전후 남북의 경제상황이 같았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북한의 국민소득은 1953년에 비해 22배, 연평균 4.9%씩 증가한 셈입니다.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해 무역과 노동력 수출로 버는 소득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공식 보도에 의하면 2018년 북중 무역액이 53% 감소했고 올해 상반년에는 작년에 비해 또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북한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추론에 의하면 2018년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후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1%로 하락했습니다. 올해도 역시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일 것으로 추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건설성과를 과찬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상황을 무마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시기 북한주민들에게 국민소득을 공개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북한지도부는 앞으로도 경제지표를 솔직하게 공개할 수 없습니다. 최근 북한당국은 일심단결, 자력갱생 구호를 내걸고 주민동원을 강화하는 한편, 관광업을 통한 경제발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광업의 발전도 외부의 투자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전력공급이 부족하고 도로와 철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조건에서 관광객 수를 무제한하게 늘릴 수 없습니다. 북한주민들이 공식적인 북한경제지표를 받아보게 될 날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