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신나치즘 타승’은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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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를 맞으며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 푸틴에게 보낸 신년 편지에 ‘신나치즘’이란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편지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친선관계를 강조하면서 “2025년이 로씨야군대와 인민이 신나치즘을 타승하고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는 21세기 전승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을 기원한다”고 했습니다.

나치즘은 북한 주민들에게 매우 낯익은 단어입니다. 나치즘 즉 국가사회주의는 20세기 초 독일 히틀러에 의해 제창된 정치 이데올로기로, 인종주의 및 반유대주의와 결합한 전체주의 사상입니다. 나치 독일의 패망과 함께 나치즘은 국제사회에서 금기시되었지만 그 유산은 일부 지역과 집단에 아직도 남아 있으며, 다시 확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이를 신나치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자국의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우크라이나를 ‘네오나치(신나치즘)’로 규정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이 나치와 협력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는 반나치법률을 제정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홀로코스트 추모와 반(反)네오나치 운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두 국가 모두 나치즘을 본질적으로 따르는 체제는 아니지만, 오히려 러시아가 권위주의와 제국주의적 행태나 선전 등에서 더 나치즘적 특성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국제사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종종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은 나치 독일의 군사적 확장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주장이 정치적 선전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나치즘 타승이라는 문구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북한은 러시아의 주장에 일률적으로 동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목표의 공통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역시 국제사회에서 나치즘적 성격이 아주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치즘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지도자 개인숭배, 군사주의, 전체주의적 통제, 선전과 대중 조작 그리고 배타주의적 이데올로기를 특징으로 합니다.

나치 독일에서는 히틀러 개인에 대한 극단적인 숭배와 충성이 체제의 중심이었습니다. 북한 역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체제를 통해 지도자를 신격화하고 있으며 선전물과 의식을 통해 지도자를 신으로 추앙하고 있습니다.

나치즘은 강력한 군사력과 침략적인 외교 정책을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북한도 군대를 체제의 중심에 두고, 핵무기 개발과 강경한 대외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나치 독일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개인의 삶을 철저히 통제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체제의 요구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언론, 교육, 사상 등이 정부의 통제를 받습니다. 나치 독일의 게슈타포(비밀경찰)와 비슷한 방식으로 북한의 보위부와 같은 기관이 주민 감시를 담당한다는 점에서도 유사합니다.

나치 독일은 선전을 통해 체제의 정당성과 지도자의 신격화를 강조했습니다. 북한도 동일하게 매체를 활용해 체제의 우월성과 적대국 특히 미국과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지속적으로 주입하고 있습니다.

나치즘은 유대인과 기타 소수집단을 적으로 설정하며 인종적, 민족적 배타주의를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계급투쟁과 반제국주의를 중심으로 이념적 배타성을 강조하며, 북한 체제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집단이나 개인을 강력히 배척합니다.

그러한 국가에서 신나치즘 타승에 대한 언급은 자기모순적이며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