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중 칼럼] 최고인민회의와 북한 경제정책

박형중∙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0.04.16
지난 4월 9일 만수대 의사당에서 12기 2차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회의도 활기도 없고 내용도 없이 끝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김영일 총리가 2009년의 성과로 “우리인민이 온갖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며 그려오던 리상이 실현되는 희한한 시대가 펼쳐졌다”고 한 것입니다. 이 보다 더 북한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김영일 총리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2010년도 정책 내용을 보면, 새로운 것은 전혀 없고, 과거에 되풀이 되었고, 성과가 없었던 정책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김영일 총리가 제시한, 2010년도 정책 주안점은,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소비품과 알곡 생산을 비약적으로 늘인다는 것입니다. 이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그러면 실질적 방도는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개인생산과 시장유통을 장려하고 농가생산책임제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국영기업에 더 많은 자율권을 주는 것입니다. 이러면 국가가 따로 투자를 늘리지 않더라도, 인민들 개개인의 창의와 노력으로 소비재와 식량의 생산과 유통이 상당한 정도로 늘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생활이 윤택해지며, 국가는 더 많은 세금을 거두게 되어, 국가재정도 튼튼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가 화폐개혁을 통해 인민의 재부를 강탈해야할 필요도 없어질 것입니다. 소비재와 식량 생산의 증가로 민간부문에 돈이 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민소비품 생산기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생산이 정상화될 것입니다. 민간부문의 투자 증가는 화학, 금속, 철도 부문의 생산물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게 될 것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외국에서 투자하겠다고 나서게 될 것입니다.

이를 보면, 북한당국이 인민의 지향에 의거하는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당과 국가가 내리먹이지 않아도 경제가 자연스레 또한 빠른 속도로 성장합니다. 또한 국가와 인민이 동시에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정책내용을 보면, 인민의 지향에 의거하는 대신 국가가 내리먹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생산저하 때문에 모두가 고통을 받게 됩니다. 그래도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국가와 인민이 못살더라도, 특권집단의 특권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못살아야 저항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북한당국은 인민이 부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도 북한당국이 시행하고 있는 경제정책은, 국가와 인민이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경제개혁 빼 놓고는 모든 것을 시도하고 있는 양상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2009년에 실시된 150일전투, 100일전투가 그러한 것입니다. 화폐개혁도 그러한 것입니다. 이밖에도 광산물 수출 증대, 관광사업 확대, 나진항 대여사업, 해외원조 수취, 주요 도시의 개방특구화, 해외자본 유치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정책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민경제를 진흥하지 않고서도, 일반주민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북한당국의 소득을 늘려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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