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 금융기구나 상업은행과 거래할 수 있는 국제개발은행을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은행은 해외자본을 북한에 들여와서 투자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를 위한 외자유치 창구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만들고 이사장에 김양건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했습니다. 한편으론, 화폐개혁과 시장에 대한 억압을 통해서 북한주민들의 경제활동을 묶어놓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해외자본을 유치하겠다며 은행을 만드는 북한당국의 정책은 그야말로 이중적이며 모순된 것입니다.
북한정권이 돈에 쪼들리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남한에 대해서 온갖 무력협박을 하면서도 개성공단 토지사용료와 임금을 과도하게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금강산‧개성 관광을 시작하자고 졸라대는 것은 통치에 필요한 달러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조만간 남북간에 관광재개를 위한 회담을 열 예정인데, 북한은 남한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하면서 관광을 재개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에서 관광대가로 달러 대신에 현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관광이 재개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평양 지도부의 손에 달러가 차곡차곡 쌓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외자 유치를 위해 은행을 만들겠다는 북한의 모습을 보면서 국제사회가 보인 첫 반응은 참으로 어이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 가장 강력한 유엔제재를 받고 있는 문제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간 사람이 보통 사람처럼 은행거래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유엔은 북한에 대해서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금융거래를 모두 금지했습니다. 사실상 북한에 대한 모든 금융거래가 차단된 셈입니다. 설혹 김정일 정권이 국가개발을 위해서 외자를 사용하겠다고 주장해도, 국제사회가 그런 말을 믿을 만큼 북한이 신용 있는 나라도 아닙니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유엔결의를 위반하면서 해외에 무기를 팔아먹는 북한에 대해서 대규모 투자를 할 나라도 없고, 그런 자본가도 없습니다. 얼마 전에 서방의 기업가들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투자제안을 거부하자 북한 당국이 크게 실망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북한에 투자할 해외기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참으로 순진한 것이었고, 투자제안을 거부당해서 실망했다는 북한 관료들이 참으로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단언하건데,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외자유치는 불가능합니다. 북한은 핵을 먼저 포기하라는 남한의 요구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지만,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을 제대로 도와주고 싶어도 국제현실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남한이기에 먼저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북한정권의 잘못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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