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제 무덤 파는 북 이중전략

전성훈∙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0.01.29
북한이 1월 27일부터 서해해상분계선, 즉 NLL 근처에 대남 위협용 해안포를 발사했습니다. 연초 외무성이 미국에게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했고, 남한에 대해서는 개성공단 3통 협정을 위한 군사실무회담, 금강산‧개성 관광재개 회담을 제의하는 등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는데, 이번 무력시위는 이런 기대를 저버린 행동입니다.

현재 북한 정권은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두 개의 이중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우선 해안포사격을 시작한 당일 미국에 대해서 중단된 유해발굴사업을 재개하자고 제안한데서 알 수 있듯이, 남한에 대해서는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유화 제스처를 펴는 것입니다. 돈벌이가 되는 유해발굴사업을 통해서 북‧미 평화협상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생각도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 사이에 갈등을 만들어 한‧미 관계를 흔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도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정치, 군사적으로 남한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으면서도 경제적인 실리는 챙기겠다는 것입니다. 인민군 총참모부가 남한 지도부를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도 남북한 해외공단 시찰사업을 원만히 끝낸 것이나 돈이 될 만한 사업을 계속 하고자 하는 것 등이 모두 이런 전략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남한 내 정부비판 세력을 선동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6‧15 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발표한 호소문은 지금 한반도가 통일이냐 분열이냐, 평화냐 전쟁이냐의 갈림길에 있다면서 거족적 조국통일운동에 총궐기해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6‧15 선언 10주년을 맞이하는 금년에 북한의 이중전략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이 됩니다.

문제는 북한의 이중전략이 먹혀들 여지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월 27일 발표한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안보에 있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보다 더 위험한 것이 핵무기 확산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이 더 강한 제재를 받으면서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오바마는 이란에 대해서도 현재의 핵개발 활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남한 여론도 여야,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북한의 해안포 사격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주요 언론들은 북한에 대해 서해 위협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포를 쏘려면 대화는 꿈도 꾸지 말라고 질책하면서 무력도발은 더 이상 안통하며 해봤자 허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최첨단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북한정권은 고리타분한 이중전략이 먹혀들던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라는 사실을 시급히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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