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미사일 발사 피해자는 북한 주민

북한의 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이 2월 24일 인공위성 운반용 미사일 발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현재 함경북도 무수단리 기지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준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담화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으로 포장한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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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북한이 지난 2006년 7월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채택된 유엔 결의 1695호와 같은 해 10월 9일 핵실험 이후 나온 결의 1718호는 북한에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미사일에 관련된 물질과 장비 및 기술을 반출입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는 평화적 목적이라는 북한 정권의 주장과는 관계없이, 유엔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제재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유엔의 제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이유는 미국과 남한을 염두에 둔 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보다 더 워싱턴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 미사일 카드를 동원해서 앞으로 예상되는 북·미 대화의 기선을 잡겠다는 의도가 있습니다. 남한에 대해서는, 남한 사회에 큰 충격을 가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물리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를 향한 정권의 무모한 행동으로 골병이 드는 쪽은 선량한 북한 주민들입니다.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 부은 비용을 경제건설에 사용했다면 북한 경제가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핵과 미사일 시험으로 국제 제재가 가해지면 고통을 당하는 대상도 주민들입니다.

남한의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최근 발간한 논문을 보면, 2000년대 들어 북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생산체제는 무너지고 있는데도 대외의존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대외교역의 결과가 생산 활동이 아니라 국내소비로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서, 공짜로 얻어오건 빌려오건 간에, 들여온 물자와 돈으로 제품을 생산·수출해서 나라 경제를 살찌우는 것이 아니라 들여오는 대로 써버리는 소비경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빌린 돈을 값을 기약은 없고 무역적자는 계속 늘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상이 현재 북한 경제의 실상입니다. 북한의 경제가 구조적으로 골병이 들어 있는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핵과 미사일로는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