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서울에서는 세계원자력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남한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국제원자력기구, 즉 IAEA의 전 사무총장인 엘바라데이가 공동대회장을 맡은 큰 행사였습니다. 저도 이 회의에 조직위원으로 참여했기에, 오늘 저의 논평에서는 회의의 이모저모와 의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회의는 남한을 비롯한 전 세계 19개국에서 핵비확산과 원자력 분야의 전문가 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금년 4월에 미국의 워싱턴에서 핵테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있고, 5월에는 핵무기비확산조약, 즉 NPT 평가회의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세계원자력정상회의는 아주 시의 적절하고 의미있는 국제대회였습니다. 회의의 목적은 지구상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면서 생기는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각기 영향력 하에 두었던 다른 나라의 핵개발 야망을 적절히 통제해서 급격한 핵확산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전 세계는 인도, 파키스탄, 북한과 같은 국가들의 핵개발 활동을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란이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을 구실로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핵을 개발한 북한의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한편,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집단도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핵물질과 핵무기의 확보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북한의 핵개발에도 불구하고, 남한은 '비핵정책'을 견지하면서 세계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핵무기는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 하에, 인류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한은 세계 6대 원자력 선진국으로서 원자력 발전소를 해외로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남한은 핵무기 없이도 튼튼한 안보를 확립할 수 있고, 투명한 원자력 정책이 국가번영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모델이 된 것입니다.
동시에 남한은 북한을 설득해서 핵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국제사회와 함께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 부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는 계속 악화되어 왔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는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인식하지 못한 채, 핵에 대한 야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회의 참석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북한당국이 핵무기는 결코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핵문제는 국제적인 핵비확산 운동에 큰 장애물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의 크기만큼이나 해결에 따른 반대급부도 막대할 것이라는 희망이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의 비핵화가 완수되어 한반도가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던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자취를 감춘다면, 국제적인 핵비확산 운동이 탄력을 받는 것은 물론 우리 한민족은 세계평화와 핵무기 없는 세상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할 영광스런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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