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핵과 ‘신전략무기감축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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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소위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자는 국제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타결된 이 조약은 핵군축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이정표로서 정치‧외교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전략무기감축조약'에 대한 협상은 오바마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작년 4월 런던 정상회담에서 가진 합의에 따라 시작되었습니다. 협상이 진행된 1년 동안 세계 6개 도시에서 10차례의 전체회의를 가졌고, 양국 정상도 무려 14차례나 접촉하는 힘든 여정을 통해 결실을 맺었습니다.

새 조약에 따라 양측이 배치할 수 있는 전략핵탄두의 수는 1,550개로 줄었고, 미사일과 같은 운반수단도 총 800기로 제한됩니다. 이전 조약에 비해 전략핵탄두의 수는 30% 정도 감축된 것이고, 운반수단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상대방의 조약 이행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엄격한 검증체계가 갖추어졌습니다.

이 조약의 체결로 북한 핵문제도 일정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6자회담이나 핵무기확산금지조약, 즉 NPT 평가회의 등에서 북한에 대해 핵포기를 촉구하는 새로운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핵보유국들이 NPT 상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북한도 NPT에 복귀하고 핵을 포기하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커다란 명분이 축적되었습니다.

물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핵확산을 하지 않는 한 기존의 유엔제재를 강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조약의 체결로 북한이 외교적,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소 입장이 난처해진 나라는 중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중국은 정책적으로 핵군축을 지지해왔기 때문에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을 비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입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과 미국에 대해 양비론(兩非論)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뒤로는 북한을 두둔하는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6자회담 당사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핵군축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북한의 손을 무작정 들어주기는 어려운 여건이 형성되었습니다. 또한 중국은 현재 핵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많습니다. 결국 자국 핵전력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앞으로 더 거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당국도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이 타결된 이후 북한에 가해질 비핵화 공세를 충분히 예상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조약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핵감축 사실 보다는 계속 남아있게 될 핵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의 핵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겠지요. 하지만 북한의 이런 구태의연한 주장은 새로운 조약의 타결로 인해서 점점 그 설자리를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굵직굵직한 국제 군축회의가 예정되어 있는 올 해에는 그만큼 북한정권의 입지도 어려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