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한의 개성 정책은 ‘자충수’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지난 15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를 통해서 남한과 합의한, 개성공단과 관련한 모든 계약이 무효라고 통보하면서, 남측이 북한의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개성공단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통보했습니다.
전성훈∙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9.05.22
그동안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서 남측에 특혜를 베풀어 왔는데 남한이 이 선언을 거부하므로, 이제 그 특혜를 거둬들이고 각종 임금과 세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우리 땅에 일단 들어와서 뿌리를 내린 이상 쉽게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배짱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과거 북한과 하던 대북사업 경험에 비춰볼 때, 지금과 같은 몰상식한 행동이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북한 당국과 사업을 하면서 돈을 뜯기고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는 기업은 유럽, 중국, 한국 등 여러 나라에 많이 있습니다. 과거에도 대우의 남포공단, 두만강 개발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진행되었지만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한 바 있습니다.

대북사업을 깰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하지만 사업의 본질이 퇴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후반 신포에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즉 KEDO가 경수로사업을 진행하던 중, 북한 당국이 월 100달러 하던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4~5배 올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KEDO 측은 북한의 요구가 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했지만 북한 당국은 북한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고, KEDO 측은 어쩔 수 없이 조선족, 우즈베키스탄 인력 등을 써야만 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행태로, 연인원 1,000만 명이 모이는 경수로사업을 민족화합의 용광로이자 통일의 초석으로 만들자던 꿈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다는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통보는 사실상의 공갈협박으로서 국제사회의 규범과 관행에 완전히 배치되는 몰상식한 행동입니다. 남북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하며 합리적인 상거래 관행이 제도화되어야 하고, 그래야만 전정한 남북협력을 이루고 북한의 변화와 개방도 가능합니다.

남한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국제사회의 상도의와 시장거래의 질서를 교육함으로써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단호한 원칙을 갖고 이번 사태 해결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이 먼저 서둘러서 개성공단을 폐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 근로자를 이유 없이 장기간 억류하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파행적인 행동을 일삼는 상황에서, 남한은 북한의 공단폐쇄에 당황해하거나 겁내지도 않으며, 냉정하고 의연하게 제반 상황을 처리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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