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남과 북의 우주 이용 차이

지난 6월 11일 전라남도 고흥군 외나로도에서 남한의 우주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21세기 우주시대에 발맞춰서 우리 민족이 웅비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것입니다. 준공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우주개발이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의 어우러진 성과라면서 10년 내에 남한이 세계 7대 우주 강국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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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에는 남한 최초의 위성탑재용 로켓이 이곳에서 발사될 예정입니다.

금년 4월 초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남한의 우주센터 개소식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습니다. 2006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은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유독 우주의 평화적 이용은 주권국가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군사용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탑재용 로켓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주권 문제까지 들고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서 국제 사회의 어느 나라도 북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핵무기에서처럼, 북한은 평화적인 이용을 구실로 무기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국제 사회에 각인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북한은 항상 속이고 배반하는 신용불량의 이상한 나라로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반면에 남한의 경우 우주의 평화적 이용 기술을 착실하게 축적해왔습니다. 작년에는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남한 여성이 러시아의 우주왕복선에 탑승해서 우주를 비행했습니다. 이제는 러시아에서 전수한 기술을 토대로, 자력으로 위성탑재용 로켓을 쏘아 올리는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남한의 우주개발에 대해서 세계의 어느 나라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반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남과 북이 국제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주의 평화적인 이용이 주권국가의 권리라는 북한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주권을 행사하는 데도 자격이 필요합니다. 이는 국제 사회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유엔 제재는 쉽게 비유하자면 국제 사회의 감옥과 같은 것입니다. 죄를 지어 감옥에 들어간 죄수의 인권이 박탈되듯이, 국제사회의 문제국가로 낙인이 찍힌 북한이 보통국가들이 누리는 주권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 당국은 유엔의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안전보장이사회에 사죄를 요구했습니다. 이런 처사는 무모함을 넘어서 '적반하장'의 극치이자 국제 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뿐입니다. 2차 핵실험으로 북한은 6·25 전쟁 이후 가장 강력한 유엔 제재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분별없고 무모한 처사는 정권을 막다른 길목으로 몰아갈 뿐이라는 사실을 북한 지도부는 직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