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미대화의 장애‧촉진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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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가을 중으로 북‧미 대화가 개최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 미 국무부가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서 북‧미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힌 후부터입니다. 당초 6자회담 안에서만 북한과 만나겠다던 오바마 행정부가 일단 양자회담부터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으니,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만 보면, 미국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향후 북‧미 대화의 향배를 가늠하는 것이 그리 간단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의 논평에서는, 미국이 북‧미 대화에 적극 나서지 못하도록 장애하는 요인과 적극 나서도록 촉진하는 요인을 살펴볼까 합니다.

먼저 미국의 의욕을 꺾는 장애요인을 보면,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대북협상 회의론'과 일맥상통하는 것들입니다. 첫째, 2차 핵실험으로 김정일의 핵보유 의지가 분명하게 확인된 만큼, 현재는 핵확산을 막는데 중점을 두고, 핵폐기는 김정일 이후로 미루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둘째,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만 해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이런 식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강합니다.

셋째, 미국의 주도 아래 상당히 강력한 대북 제재가 취해지고 있는 가운데, 섣부른 북‧미 대화는 부시 행정부 때처럼 국제공조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넷째, 북한을 움직이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었고 더 나아가, 중국이 핵폐기보다는 북한정권 유지를 더 중시하면서 6자회담을 통해 외교적 점수만 따려한다는 의구심이 존재합니다. 그 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도 있다는 뜻입니다.

북‧미 대화에 대한 미국의 동기를 북돋는 촉진요인으로는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을 보면서, 미국은 북한도 이제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상대의 카드가 소진되었으므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 겁니다.

둘째, 북한이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무척 어려운 여건에 있기 때문에 미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협상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계산할 수 있을 겁니다. 셋째, 오바마 행정부는 새로 출범한 정권으로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정치적인 동기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신중하게 협상을 추진할 것입니다. 클린턴 8년, 부시 8년 동안 제네바 협상과 6자회담이라는 두 차례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을 보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많은 교훈과 경험을 습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볼 때, 어떤 경우에도 미국이 과거와 같이 호락호락하게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어정쩡한 합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