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시진핑의 ‘오만과 편견’

전성훈∙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0.10.29
지난 10월 25일은 소련 스탈린의 사주를 받아 김일성이 일으킨 6·25 남침전쟁에 중공군이 참전한 지 60년이 되는 날입니다. 북·중 양국은 6·25 전쟁을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전쟁”(抗美援朝 전쟁)이라고 부르며 중국의 참전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는 군중대회와 자축연이 벌어졌고, 북경에서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충격적인 발언이 있었습니다. 그는 6·25 전쟁을 제국주의가 중국인민에게 강요한 전쟁이고,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면서 북·중 양국이 승리한 전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낙점된 시진핑이 밝힌 6·25에 대한 견해는 역사적인 오류로 가득 찬 ‘오만과 편견’ 그 자체입니다. 아직도 첨예한 쟁점으로 남아있는 6·25 전쟁 문제에 대한 시진핑의 그릇된 견해를 접하면서 중국의 앞날은 물론 동북아의 평화에 대한 걱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의 발언은 국제사회에 대한 모독입니다.

역사적인 증거를 토대로 6·25의 성격을 규정하자면, 스탈린과 공모한 김일성이 불법으로 남침한 것에 대응해서 유엔을 대표로하는 전 세계가 맞서 싸운 전쟁입니다. 모택동은 살려달라는 김일성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어설프게 끼어들었다가 승리는커녕 막대한 인명피해와 정치, 경제, 외교적인 손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이 남침을 개시한 1950년 6월 25일부터 보름 사이에 6·25 전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유엔 안보리결의안 세 가지가 채택됩니다. 남침 다음날 채택된 결의안 82호는 북한의 남침을 “평화에 대한 파괴”로 규정하고 북한군에 대해 당장 침략을 중지하고 38선 이북으로 철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남침 사흘 뒤에 채택된 결의안 83호는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서 긴급한 군사지원이 필요하다고 결정하고 모든 유엔회원국들이 남한을 도와서 북한군을 격퇴하는데 동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7월 7일에 채택된 결의안 84호는 모든 회원국들이 유엔군에게 군사적, 물질적 지원을 하도록 권고하면서 미국의 주도하에 국제연합군을 구성하고 사령관을 임명할 것과 연합군이 유엔의 깃발을 사용할 것을 허용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6·25 전쟁에 남한을 돕기 위해 참전한 나라가 21개국에 달했던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세가지 결의안이 채택되어 유엔군 파병이 결정되기까지 당시 소련측 대표는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소련이 참석했다면 모든 결의안이 부결되고 유엔군 참전도 불가능했을 텐데 말입니다. 결국 소련이 유엔군 파병을 묵인하거나 부추겼다는 얘기가 됩니다.

저는 당시 소련이 미국을 한반도에 끌어들여 중국과 싸움을 붙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안보리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 때문에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많은 손해를 봤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중공에 호의적이던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면 중국의 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었을 겁니다. 결국 6·25 전쟁은 시진핑 부주석이 말한 “정의의 전쟁”이 아니라 스탈린의 전략에 모택동이 속아서 중국 정부와 인민에게 엄청난 손해를 안겨준 실패한 전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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