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전성훈∙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9.10.30
남한과 미국이 매년 개최하는 연례안보협의회가 지난 주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로 41번째인 이번 회의는 한‧미 동맹의 상징입니다. 국방장관을 대표로 하는 양측 대표단이 매년 서울과 워싱턴을 교대로 오가며 북한의 위협을 평가하고, 양국의 대응능력을 점검해서 보완책을 마련해왔습니다. 양측은 이번 회의를 끝내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선언했습니다.

우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핵폐기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김정일 정권은 핵보유국 지위와 체제안전을 동시에 보장받으려는 계산이지만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최근 미국의 평화연구소 개원기념식에 참석한 클린턴 국무장관도 핵을 가진 북한과는 절대로 수교할 수 없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안보공약의 수단을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 능력 등으로 구체화해서 밝힌 것입니다. 미국이 안전보장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적시한 적은 없습니다. 금년 4월과 5월에 있었던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연례안보협의회를 통해서 어떠한 북한의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결의와 자신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은 이번 회의를 냉전시대의 산물이자 위험한 전쟁 모의판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안보공약 수단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스쳐지날 수 없는 매우 엄중한 사태”라고 비판했습니다. 핵무기로 동족을 해치려는 미국에 추종하면 전쟁밖에 일어날게 없고, 핵전쟁이 터지면 남한의 어느 누구도 무사할 수 없다는 협박도 했습니다.

북한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를 비난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억지놀음입니다. 1950년 북한이 남침을 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철수했던 미군이 다시 들어온 것이고, 북한의 대남 위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핵 위협, 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공약 수단이 핵우산, 미사일 방어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측이 그 문제에 대응하는 측을 비난하는 이런 행태를 두고, 우리 조상들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 정권은 더 이상 국정실패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지 말고 내부를 돌아보기 바랍니다. 지난 1961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320달러로 세계 50위였을 때, 남한은 89달러로 세계 101위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50여 년이 지난 지금 남한의 무역총액은 북한의 226배, 수출액수는 북한의 384배로 커졌습니다. 김정일이 중국 상해를 보고 “상해가 상전벽해 했다‘고 말했다지만 남북간의 국력차이야말로 지난 분단시기에 말 그대로 상전벽해 했습니다. 이 모든 격차의 근본원인은 바로 북한 정권이 역사의 퇴물이 되어버린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세상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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