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주민을 인간방패로 삼는 북 정권

전성훈∙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0.12.03
북한군이 남한 서해안의 섬 연평도를 무차별 포격한 지 열흘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남한은 미국과 함께 서해에서 대규모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하면 바로 공격한다는 각오로 진행된 실전 같은 훈련이었습니다. 북한은 각종 매체를 동원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했지만 이렇다 할 대응은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초대형 항공모함까지 훈련에 참가한 것을 보고 김정일 부자가 겁을 먹은 모양입니다.

연평도에는 2,000명이 채 안되는 남한 주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의의 공격을 당한 연평도 주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모두 인천으로 피난을 나와 있습니다. 파괴되거나 불에 타서 살 수 없는 집이 많고, 설사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언제 다시 포격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시 연평도로 돌아가길 꺼려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연기만 보면 겁을 먹는다고 합니다. 연평도에 떨어진 포탄 가운데 한 발은 초등학교 건물 근처에서 터졌다고 하는 데, 만약 그 포탄이 학교 건물을 덮쳤다면 죄 없는 많은 아이들이 희생될 뻔 했습니다. 급하게 피난 나오느라 짐도 제대로 못 챙긴 가족들이 대부분이고, 인천시 공무원들이 돈을 모아 아이들의 옷가지와 신발을 사줬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사의 입을 빌려서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있었다면 “지극히 유감스런 일”이지만 그 원인은 군사시설에 민간인을 배치해서 “인간방패”를 만든 남한의 책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마디로 파렴치한 적반하장의 극치입니다.

인간방패는 원래 6·25 남침전쟁 때 북한군이 즐겨 쓰던 수법입니다. 남한과 유엔군의 저항이 예상외로 강하자, 북한군은 남한주민들을 위협해서 이들을 앞세우고 낙동강을 건너려 했습니다. 방어선을 지켜야 하는 남한군과 앞으로 나가라고 총으로 밀어내는 북한군 사이에서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낙동강 전투 이외에도 북한군은 전황이 불리할 때마다 죄 없는 민간인을 앞세우곤 했습니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이 다 마찬가지이지만, 연평도에서도 남한군은 민간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남한에서는 정부와 군대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일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연평도 도발에 대한 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다시는 연평도 사태 같은 것이 나지 않도록 전력을 보강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죄 없는 우리 동포를 인질로 삼고 인간방패를 형성한 쪽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입니다. 김정일 부자에 충성하는 핵심계층은 자기들의 목숨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대다수 동포들을 인간방패로 삼고 있습니다. 인간방패로도 써먹을 수 없다고 낙인찍힌 우리 동포들은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서 인간 이하의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심계층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역시 인간방패의 신세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화폐개혁 실패를 이유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처형된 것은 북한에서 김정일 부자를 제외한 모두가 인간방패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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