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포애
2013.08.02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7월 27일을 기점으로 2013년의 남북관계는 전반기를 마쳤고, 8월로 접어들면서 후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반기에는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표방하며 건설적인 남북관계를 구축하려는 남한의 새 정부에 대한 북한의 도발과 도전으로 얼룩진 시기였습니다.
북한은 작년 12월, 남한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4차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고, 남한 새 정부가 정권인수를 진행하던 금년 2월 역시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3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새로운 남북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남한 정부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은 안하무인격의 분별없는 도발이었습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 간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화 상대에 대해서 일정한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 관계는 모래위의 누각처럼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기초를 다지면서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것이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입니다. 이 점은 개성공단 사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공단운영에 장애가 조성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신뢰도 만들어질 수 없고 사업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동포애 차원의 인도주의를 매우 중시합니다. 남한의 안보를 위해서는 북핵 폐기가 중차대한 일이지만, 북한이 핵포기를 거부한다고 해서 북한 동포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거둬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철학입니다. 그래서 남한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더라도 북한 동포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특히 영유아, 임산부, 노약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영양 공급과 같은 기초지원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최근 남한 정부가 5개 민간단체의 대북 물자지원을 승인한 것도 바로 동포애와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신뢰프로세스의 철학이 구현된 결과입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가 인천항을 통해 북한의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에 항생제와 소염제 등 의약품을 보낼 예정입니다. 이밖에 푸른나무와 어린이어깨동무 등 4개 민간단체가 빵, 밀가루, 분유, 의류 등 생필품을 북한 각지에 보낸다고 합니다. 이들 물품은 남한동포들이 십시일반으로 동참해서 성의껏 준비한 정성의 표시입니다 아무쪼록 어려움을 겪는 북한 동포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보내는 이의 정성과 받는 이의 감사함이 서로 어우러져서 신뢰구축의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