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남과 북의 활인검과 살인검

우리 조상이 옛날에 무예를 배우면서 사용한 말 가운데 살인검과 활인검이라는 게 있습니다. ‘살인검’은 사람을 살상하는 칼이라는 뜻이고, ‘활인검’은 사람을 살리는 칼이라는 의미입니다. 진정한 무사는 살인검이 아니라 활인검을 써야 한다는 우리 선조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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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칼은 살인검이고, 죄 없는 사람을 보호하고 살리는 칼은 활인검입니다. 오늘날 남과 북의 현실을 보면, 이 비유가 참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5월 4일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남한 해군이 활인검을 사용했고, 그 당사자는 북한 상선이었습니다. 북한 선박 '다복솔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쫓기고 있다는 긴급구호 요청을 청취한 지 10분 만에 인근해역을 감시하던 남한 해군 함정이 헬기를 급파해서 북한 선박에 접근하던 소말리아 해적선을 신속하게 퇴치했습니다. 소말리아 해역에는 해적의 출몰이 잦아서 주요 선진국들이 해군 함정을 보내 상선을 보호하고 있는데, 남한도 구축함 한 척을 보내 활동하고 있습니다.

당시 해역에는 다른 국가의 군함들도 있었지만, 북한 선박임을 확인한 남한 해군이 가장 먼저 출동했습니다. 따뜻한 동포애,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애의 발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선원들은 여러 차례 남한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어 감사를 표시했고, 안전한 항로대에 진입할 때까지 계속 도와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북한 당국은 최근 살인검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작년에 금강산에서 남한의 무고한 여성 관광객을 사살한 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일 역시 살인검을 휘두르는 일로, 행패를 부리면서 갈취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살인검을 휘두른 자는 세상이 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칼이 무자비하고 무분별할수록 그에 상응하는 후과를 받게 된다는 사실 역사의 평범한 진리입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를 협박하고 대결을 선포하는 와중에 남한은 위험지역에 조용히 해군 함정을 파견해서 남북한 상선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상선을 보호하면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자손들에게 활인검을 쓰되 살인검은 쓰지 말라고 가르쳤던 우리 조상이 오늘의 남과 북을 바라보고 계신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남한은 무척 자랑스러운 후손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참으로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며 크게 자책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