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은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1945년에 투하된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투하된 지 3일 후인 8월 9일, 나가사키에 또 하나의 원자탄이 투하되었고, 이에 굴복한 일본천황이 급기야 항복을 하게 된 것입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은 고농축우라늄으로 만든 것인데, 파괴력은 12.5kt이었습니다. 즉 TNT 폭탄 12,500kg을 한꺼번에 터뜨린 위력을 가진 폭탄이었는데, 이 원자탄 한 발로 인해서 당시 히로시마 인구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18만 명 정도가 사망을 했습니다. 8만 명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나머지 10만 명은 방사능에 피폭되어서 1950년까지 모두 사망했습니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플루토늄으로 만든 핵폭탄은 파괴력이 22kt에 달했습니다. 즉 TNT 22,000kg을 한꺼번에 터뜨린 위력을 가진 폭탄이었습니다. 이 원자탄 한발로 당시 나가사키 인구의 반 정도인 15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7만 5천명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나머지 7만 5천 명 정도는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서 역시 1950년까지 모두 사망했습니다.
나가사키에 터진 플루토늄탄이 히로시마에 터진 우라늄탄보다 파괴력이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상력이 떨어진 것은 나가사키의 지형이 산이 많아서 핵 폭발력이 효과적으로 확산되지 못했고 나가사키의 인구밀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당시의 사망자 가운데는 조선인 징용자들도 많았습니다. 원폭 희생자들을 기리는 히로시마의 평화공원에는 조선인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비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당시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금도 원폭의 후유증을 앓고 있고, 그 자손들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 피해가 당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가면서 피해를 입히는 것이 핵무기이기 때문에 핵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감은 그 만큼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60주년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핵무기로 인해서 일본이 항복을 하고 우리민족이 해방된 것은 경축할 만한 일입니다. 무고한 일본시민 수십만이 원자탄에 희생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동양인들을 향한 일본 군국주의의 폐해를 끝내기 위해서 핵을 사용한 것은 불가피한 결단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선군정치를 표방하면서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공헌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보여준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남한에 대한 안보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임에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북한당국이 보여준 행태를 감안할 때 이런 우려가 지나친 것은 아닙니다. 북한은 1950년 남한을 침략했고 이후에도 수시로 남한에 대해서 무장도발을 일삼으면서 남한과 일본의 선량한 시민들까지 무자비하게 납치한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10여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당국의 주장대로,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플루토늄 생산용인 5MW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핵무장 능력을 늘려 나가겠다는 선언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핵폭탄의 사용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로 충분합니다. 우리 조상이 물려주신 이 금수강산 강토를 방사능으로 더럽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 강토에서 핵을 사용한 당사자는 민족의 반역자로 역사에 낙인찍히게 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무장은 동북아의 긴장과 군비경쟁의 빌미만 제공할 뿐, 북한의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 당국자들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