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군사정책을 총괄하고 자위대를 관할하는 방위청이 지난 9일 방위성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단순히 간판만 바꾼 것이 아니라 부서의 지위가 격상된 것입니다. 방위청은 지난 1954년에 발족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은 전후 나라를 재건하면서, 전쟁에 대한 책임과 반성의 일환으로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침략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지 않겠다는 대원칙을 세웠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서 타국을 침략하지 않고 오로지 일본의 방위에만 전념한다는 소위, ‘전수방위’ 정책이 만들어졌고, 이를 근간으로 여기에 합당한 만큼의 제한된 군사력을 갖기로 했습니다. 군사력의 이름도 군국주의의 망령을 되살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군대라고 한 것이 아니라, 자기 나라를 방위하는 데 전념한다는 의미로 자위대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자위대를 관할하는 부서도 내각의 외부에 하위 부서의 하나로 방위청을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위청이 창설된 지 53년 만인 2007년 ‘청’이라는 딱지를 때고, 방위성으로 승격하면서 정식으로 내각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방위성 승격을 축하하는 기념식에 참석한 일본총리 아베는 ‘전후의 체제를 바꿔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과 결별하고 21세기에 맞는 일본의 모습과 새로운 이상을 추구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방위성 승격은 새 나라를 만들기 위한 큰 첫 걸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초대 방위성 장관에 임명된 규마 장관도 방위성의 탄생은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일본 군대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방위성 승격이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을 피한다는 일본 헌법 9조를 개정하기 위한 하나의 주춧돌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헌법 9조의 개정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우선 헌법 9조를 피해가면서 일본 군대의 활동반경과 역할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든가 우방국인 미국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보다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관련 법을 제정할 것입니다. 미군과의 공동 전투를 가능케 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일본 주변의 유사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적인 준비와 미-일 동맹의 강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남한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 각국 등 과거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를 입은 나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공개적으로 일본의 행동을 비판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주변국들이 긴장하고 동북아의 군비경쟁이 야기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국제적인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하는 문제는 이미 지난 1964년과 2002년에도 추진되었지만 일본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 내부의 반발도 찾기 어렵고, 주변 국가의 반대 목소리도 듣기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이런 변화를 가져온 상당 부분의 책임이 북한에게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를 개발해서 실험까지 하는 마당에 그 인접국가인 일본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 방위성을 만들겠다는 데 누가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화의 길로 나가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던 일본에게 절호의 기회와 명분을 준 것이 바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핵개발입니다. 그야말로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우리 민족의 안전에 위협이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더라도 두고두고 우리 민족에게 짐이 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갖는 민족사적 과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핵개발을 지시하고 실행했던 북한의 당국자들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