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한의 한 일간지에 평양 거리에 등장한 구호를 소개하는 기사가 났습니다. 하늘색 바탕에 빨간 글씨로 적힌 "세계를 향하여"라는 구호였습니다. 외자유치와 대외무역을 활성화해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북한 정권의 속내가 담겨 있는 구호인 것 같습니다. 오늘 논평에서는 이 구호에 담겨진 북한의 현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세계를 향하여"라는 말은 북한이 세계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와 하나가 되고 더 나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면 "세계를 향하여"라는 구호는 쓸데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10대 무역대국으로서 금년에 서방선진 20개국 회의를 주최하는 남한과는 크게 비교되는 점입니다.
물론 남한에서도 해외무대에 진출해야 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남한에서의 주된 이야깃거리는 젊은 인재들을 해외의 유수기관에 파견해서 교육을 받거나 직장을 잡도록 하는 일,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국민을 돕는 일 등입니다. 최근 지진으로 20만 명이상이 희생된 아이티에 남한의 구호팀이 신속하게 파견되었고, 치안유지를 위해서 유엔평화유지군도 파견됩니다. 지금 남한 사회의 주된 관심사는 남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국제평화와 인류공동의 번영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이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넓은 세계무대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만시지탄이 있지만, 북한 당국이 "세계를 향하여"라는 구호를 내 건 것을 환영합니다. 다만 먼저 세계로 향해 나아간 남한 동포로서 이 구호가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두 가지 조건을 말씀드립니다.
첫째는 평화입니다. 북한이 남한을 위협하는 군사도발과 세계를 시끄럽게 하는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한 평화는 오지 않고, 북한도 세계를 향해 나갈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엔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가 "세계를 향하여"라는 구호를 내 건 것이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현실을 무시한 것이거나 북한 동포들을 속이는 술책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
둘째, 인권입니다. 인권은 21세기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북한이 세계로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건너야 할 다리입니다. 인간의 생명과 권리를 중시하지 않으면서 세계무대에 서겠다는 것 역시 허황된 꿈일 뿐입니다.
금수강산이라고 하지만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반도에서 우리민족이 가진 재산은 사람입니다. 뛰어난 머리와 부지런함,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정과 예의가 우리민족의 자산입니다. 남한은 인재를 잘 키우고 받들어서 성공했고, 북한은 사람을 무시하고 탄압해서 실패했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인재들에게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 활짝 열리고, 그 문이 평화통일을 위한 탄탄대로로 이어지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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