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다사다난했던 2006년을 보내며


2006.12.29

2006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가슴에 묻어둔 아쉬움과 섭섭함 그리고 미련과 회한을 표현하면서 우리 민족은 흔히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말합니다. 그야 말로 일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아마 북한 쪽에서도 이런 말이 사용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볼 때, 남과 북이 마주하고 있는 한반도는 그야 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대결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습니다. 6자회담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넘쳐나면서 시작된 2006년의 상반기는 그나마 평온한 편이었습니다. 회담이 재개되지는 못했지만 북한이 악수를 두는 일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건대, 이 때의 평온함은 정상적인 평온함이 아니라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었습니다.

7월부터 한반도가 다시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먼저 북한은 7월5일 모두 일곱 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사일 발사 자체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었지만, 남한시간 새벽 3시 반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모두 일곱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북한은 보유하고 있는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발사함으로써, 자신들의 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10월 3일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외무성 성명을 내고, 10월9일 오전 함경북도에서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핵실험을 통해서 핵보유국 지위를 물리적으로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김일성과 김정일 2대에 걸쳐 집요하게 추진해온 핵무기 개발 계획이 성공했음을 과시한 것입니다. 이후 북한당국은 전국에 핵실험을 자축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핵보유국으로서의 긍지를 갖도록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외 협상에서도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세를 뽐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6자회담에서 김계관 대표가 자신 만만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무력시위는 의도했던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는커녕 오히려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라는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의 모험주의에 대해서 강력한 채찍을 들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제1718호라는 강력한 법적 문서를 유엔안보리 35개 이사국 전원의 만장일치로 채택해서 김정일 정권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99년에 미사일 발사위협으로 북미 직접 협상을 이끌어내었던 북한이 2006년에는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제재라는 상반된 대접을 받게 된 것은 9\x{ff65}11 사태 이후 국제사회의 안보질서가 그만큼 급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결의안이 김정일 위원장의 중요한 통치수단인 사치품을 북한에 팔지 못하도록 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이는 제재결의안이 북한 주민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13개월 만에 재개된 6자회담이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차기 회담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끝났다는 것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앞길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6자회담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3년 넘게 회담을 했지만 북핵문제는 더 악화되었으니, 이제 외교적인 방법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북한 정권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핵포기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6자회담 무용론은 점점 더 힘을 얻게 될 것이고, 그만큼 한반도의 안정과 민족의 안위는 위협을 받게 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자신들의 꽃놀이 패였던 “벼랑끝 전술”에 의해서 자신들이 벼랑 끝에 몰린 처지라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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