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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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부터 7월 11일까지 세계 스포츠 축제인 2010년 축구 월드컵은 남 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벌어집니다. 이번에도 어려운 예선전을 통해 월드컵에 진출한 32개국의 대표팀들은 열심히 하여 축구 역사에 남을 일들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예선전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유럽의 축구 강대국 중 벨기에, 러시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는 처음으로 남한 국가대표팀과 북한 국가대표팀이 같이 진출하였습니다. 냉전시대의 남북한과 같이 분단된 서독과 동독 국가대표팀이 함께 진출한 적이 있었습니다. 1974년 서독이 유치한 축구 월드컵에 서독과 동독 국가대표팀이 같은 1조에 들어갔습니다. 1조에서 동독이 1위를 하였고 서독이 2위했지만, 동독은 8강에서 탈락했고, 서독은 결국 1974년 월드컵에서 우승했습니다.

1930년 처음 시작한 축구 월드컵의 역사를 보면 가장 훌륭한 아시아 팀은 바로 남한과 북한입니다. 8년 전 남한과 일본이 유치한 2002년 월드컵에서 '태극 전사'라 불리던 남한 국가대표팀이 축구 강대국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이기면서 준결승까지 진출했습니다. '천리마 축구단'이라 불리는 북한 국가대표팀은 영국이 유치한 196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탈락시키며 8강까지 진출했습니다. 세계 축구팬들은 1966년 전설을 만든 박두익, 이동운이나 양성국 선수를 아직까지도 기억합니다.

이번 남한 국가대표팀은 전망이 좋습니다. 몇몇 남한 선수들은 축구 전통이 있는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유명한 영국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요 선수입니다. 반면 세계 언론에 따르면 북한팀은 잘 알려진 팀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대편이 북한팀을 잘 모르니까, 이익이 될 수도 있겠지만, G조에 기술이 뛰어난 브라질,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는 수비와 역습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의 전략을 쉽게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북한 국가대표팀은 군사식 훈련을 받아, 창조력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 축구에서 성공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며칠전 북한 국가대표팀이 나이지리아에게 3대1로 지면서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안영학 선수의 실력과 장거리 슛은 대단하지만, 그것만 의지하기엔 충분하지 못합니다.

축구 월드컵은 세계 스포츠 경기 중 TV시청률이 가장 높습니다. 2006년 월드컵 때 북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는 남한 정부에 독일 월드컵을 시청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북한 정부기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5년 동아시아 축구대회 때도 이러한 요청을 했지만, 축구 월드컵 중계에 관한 협조 요청은 2006년 축구 월드컵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유는 북한 정부가 값비싼 TV중계권료를 지불할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북한이 핵발전과 지난 3월26일 남한 천안함을 어뢰 발사로 침몰시키면서 젊은 남한 수병 46명의 생명을 빼앗았기 때문에, 남한이 북한에 월드컵 중계와 관련해 방송 협조를 해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1989년 말까지 공산주의 독재 국가이던 저의 조국 루마니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니콜라에 차우체스쿠라는 루마니아 독재자는 자신의 개인 숭배를 위한 커다란 건물과 대행사에 많은 돈을 낭비하였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 사람들은 그렇게 열정적인 축구팬인데도 1982년 스페인 축구 월드컵 때부터 독재자가 중계권료를 내기 아까워했기 때문에 루마니아 TV방송은 경기를 방송하지 않았습니다. 축구 월드컵뿐만 아니라, 1980년대 올림픽경기, 동계올림픽이나 축구 유럽컵도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웃나라들은 같은 공산주의 독재 국가이지만 그런 경기를 방송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루마니아 국경에서 멀지 않은,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장소에서 루마니아 사람들은 특수 안테나를 만들어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나 소련 TV방송을 통해 월드컵 경기를 보곤 했습니다.

그때 청소년이었던 저는 아직까지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제가 살던 동남부지방에서는 특수 안테나를 설치해 불가리아 방송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수 안테나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철로 선 모양을 만든 형태였습니다. 당시 같은 공산권 국가까지 포함해 외국TV방송을 보는 일은 불법이었지만, 비밀경찰과 일반경찰은 모르는 척 해주었습니다. 그들도 같은 방법으로 축구 경기를 꼭 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안테나를 전문으로 만드는 기술자들도 있었고, 그 당시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카레스트 아파트 건물 위에는 수만 대의 선모양 안테나가 있었습니다.

루마니아에서 1989년말 반공산주의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붕괴한 후 루마니아 방송도 해방되었습니다. 여러 국립 방송뿐만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수백 루마니아 유선과 무선 민영 방송국이 생겼습니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이제 수백 개의 외국 방송도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축구 월드컵 때 TV중계 자체를 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월드컵 중계방송 채널이 너무 많아 어느 채널을 통해 볼것인가 하는 것이 고민일 정도입니다. 이번 2010년 월드컵 경기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북한 시청자들도 루마니아 사람들과 같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여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축구 월드컵 경기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