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 ‘해당화관’과 개혁 개방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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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탈북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북, 남북 정상외교와 북한에 필요한 경제 발전에 대해서 대화했습니다. 약 5년 전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내 리설주와 함께 평양의 문화·쇼핑시설인 ‘해당화관’을 방문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6층짜리 건물인 해당화관은 상점과 식당, 수영장, 목욕탕, 미용실, 당구장, 도서관 그리고 커피점 등을 갖춘 모습이었습니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해당화관을 방문한 후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경제 개혁과 개방을 계속 거부하면서 많은 주민들은 식량부족과 열악한 경제 상황 때문에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약 15 년 전부터 언론에서 북한의 쇼핑시설, 음식점, 편의점, 맥주 생산 그리고 골프장에 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시설들을 방문할 경제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해당화관과 같은 시설을 김정은 정권이 경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표시하는 사례로 해석할 순 없습니다.

1989년까지 북한과 공통점이 가장 많았던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국가는 로므니아(루마니아)였습니다. 로므니아의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아내인 엘레나는 1970년대 초 북한을 방문했을 때 첫눈에 북한식 독재 체제와 개인 숭배에 반했습니다. 그들은 프랑스의 수도인 빠리(파리)와 많이 비슷한 구도시를 하룻밤에 파괴시켜 버리고 평양처럼 군중들이 대광장에 모여 독재자를 숭배할 수 있는 도시로 바꿔 버렸습니다. 이러한 큰 건물 공사에 엄청난 돈을 써 버리며 로므니아 주민들은 식량 부족, 인권 유린과 언론 검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독재자는 로므니아 사람들의 인생을 모든 면에서 지배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법령으로 정해진 로므니아 사람들의 음식 배급량은 한 달에 계란 5개, 닭 한 마리, 치즈 500그램, 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시지 200그램 등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음식 배급량을 그렇게 줄이는 것은 계획의 1단계에 불과했습니다. 2단계는 식료품 가게를 완전히 없애려고 하였습니다. 대신 로므니아의 주민들은 정부에서 정한대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먹거나 그런 음식점에서 음식을 받아 바구니에 넣어 집으로 가져 가는 방식을 따라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독재자는 로므니아의 수도에서 커다란 음식점을 동네마다 하나씩 건설하라고 명령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그런 음식점이 여러 곳 생겨났습니다. 그런 음식점은 수만 명이 바구니를 들고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설 수 있는 커다란 원형 건물이었습니다. 음식점 건물 모양이 곡예 공연장 천막처럼 원형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굶주림의 곡예 천막'이라고 별명을 붙였습니다. 독재자와 그의 아내는 그런 동그랗고 커다란 음식점을 '음식 배급소'라고 명명했습니다. 로므니아의 주민들은 먹는 것 하나까지도 선택권이 없었고 동물처럼 주인이 정한 음식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음식의 양은 너무나 부족했고 영양가도 별로 없었습니다.

1989년 12월 로므니아 사람들이 반공산주의 혁명을 일으켜 독재자와 그의 아내는 군사 재판을 받아 사형을 당했습니다. 로므니아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로 향한 전환기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로므니아 사람들의 인권과 선택의 자유도 회복되었습니다. '굶주림의 곡예 천막'이라고 불렸던 독재자의 '음식 배급소'가 있던 완성되지 않은 커다란 원형 건물들은 몇 년 동안 쓸모 없이 그대로 녹슬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로므니아 사람들도 공산주의 시대에 잃은 기업가 정신을 다시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로므니아의 기업가들은 투자를 통해 공산주의 시대에 음식 배급소가 있던 커다란 원형 건물을 미국과 서유럽처럼 고급 가계, 고급 음식점과 영화 극장이 있는 쇼핑몰로 바꿔 놓았습니다. 이런 쇼핑몰은 공산주의 독재 붕괴 후 로므니아의 경제, 사회와 정치 문화가 부활한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므니아와 다른 동유럽 국가의 경우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정치, 사회, 경제 개혁과 개방에 의해 자유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변하며 경제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러한 경제 개선에 의해 쇼핑몰이 생긴 것입니다. 북한처럼 경제 개혁과 개방 없이 돈이 있는 당 간부들이나 고위층만 이용할 수 있는 쇼핑몰이 존재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의미가 없는 비어 있는 건물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북한 정권이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완전한 비핵화, 인권개선 그리고 경제, 정치, 사회 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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