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이 기억하실 지 모르겠지만, 2018년 4월 27일은 북한에서도, 남한에서도 역사적인 전환점이 일어났다고 수많은 언론이 보도한 날입니다. 북한 관영 언론은 당연히 정권이 시키는 대로만 말한 것이었지만,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남한 언론들도 그렇게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 역사적인 날짜를 잘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시 남북이 기대했던 것들이 모두 허사가 되었다는 것은 누구든 아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기대는 처음부터 착각과 환상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4월 27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날,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만나 회담도 했고, 한반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일반 대중 뿐 아니라 일부 언론인까지도 이 만남이 한반도 통일과 평화로 가는 첫 단계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똑똑한 사람들은 이날 있었던 판문점 선언이 통일이나 평화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겁니다. 아마 국가 지도자 2명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2017년 국제 상황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2017년에 북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소탄 실험도 성공하였습니다.
같은 해 1월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것이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와 암시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외교 압박인지, 진짜 계획인지 전문가들도 잘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2017년 여름, 미국과 북한은 서로 위협하는 발언을 일삼았고, 한반도는 수개월 안에 전쟁이 발발해서 아수라장이 될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당연히 남한은 한반도 전쟁에 대한 공포가 컸습니다. 물론 북한도 자신의 군사력을 시끄럽게 뽐내고 있었지만, 미국이 공격할 경우 큰 손실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공포는 남한 측보다 더 컸을 겁니다. 그 때문에 양측은 위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죠.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남한 측의 중개 외교 뿐이었습니다. 2018년 초 북한 대표단은 남한 평창에서 열린 올림픽에 참가했고, 3월에는 남한 대표단이 갑자기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남측이 돌아간 다음, 북한은 비핵화 회담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북한은 비핵화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를 시간을 벌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 보았던 겁니다. 남한 측은 북한의 비핵화 이야기를 어느 정도 믿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반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적극 활용했습니다. 당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선제공격보다 회담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남한과 북한은 화해 분위기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만큼 좋은 방법이 없었는데요. 4월 27일 회담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 회담은 2018년 6월 싱가폴 미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한반도의 긴장감은 많이 완화됐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북한의 외교적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치명적인 위기를 회피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한도 한반도가 매우 위험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예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의 미래를 바꾸는 행사가 아니라, 당시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연극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언론과 대다수 시민들이 믿었던 것과 달리, 비핵화도, 통일도, 영원한 평화도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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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