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8일은 ‘장애인의 날’인데요. 얼마 전까지 북한의 장애인 정책은 진짜 끔찍했지만 최근엔 좋은 변화와 흥미로운 정책이 많이 생겼습니다.
북한을 이탈하고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들이 놀랍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거리에서 장애인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다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걷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버스나 지하철에는 자동 의자도 구비되어 있어 장애인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장애인들은 손으로 움직이는 밀차도 아닌, 작은 전기자동차 같은 의자를 타고 다닙니다.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살았을 때 밀차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정착 초기 서울에서 밀차나 자동의자를 보면서 북한보다 남한에 장애인들이 많은 줄 알게 됩니다. 물론 북한에서 장애인 관련 통계는 모두 비밀이긴 하지만 북한의 1000명당 장애인 숫자는 남한보다 확실히 많습니다. 북한에 장애인이 많은 이유는 기술수준과 소득수준 낙후,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없어서 공장 사고, 철도 사고가 남한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장애인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경제적 문제 때문입니다. 남한은 부자 나라이니까 장애인이라고 해도 집 밖으로 나가서 거리를 다닐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려면 주택에도, 지하철에도 특별한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서울의 지하철역에는 일반인과 장애인이 함께 쓸 수 있는 일반승강기와 장애인만이 쓸 수 있는 계단승강기가 무조건 있습니다. 이는 장애인들이 철도를 쉽게 이용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또한 전국의 다층건물에는 거의 대부분 24시간 가동하는 일반승강기가 있습니다.
북한에 이러한 시설이 없다고 해서 북한을 비판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잘 못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설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국민들이 돈을 잘 벌고 국가도 개인도 돈이 많을 때에만 장애인들을 잘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북한은 경제적 문제가 아닌,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장애인들을 차별했습니다. 장애인들은 영예군인이나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평양에서 살 수 없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시골로 추방되었습니다. 저는 이 정책의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평양은 조금 있는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일성시대 북한 지도자들은 북한이 지상낙원 같은 나라니까 장애인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거짓 주장을 할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평양을 건강하고 기운이 좋은 사람들만 사는 도시로 보여주려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평양과 시골의 차이는 하늘과 땅입니다. 그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도 없던 장애인들은 시골로 추방되어 더 많은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요즘 여러 보도를 보면 북한 지도부는 이 참혹한 정책을 거의 포기한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15년 동안 북한은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조금 노력하기 시작한 조짐이 보입니다. 진짜 좋은 소식입니다. 물론 북한처럼 경제 기반이 약한 나라는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많습니다. 그래도 옛날과 달리 장애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좋은 일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