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월북한 미군병사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3.07.20
[란코프] 월북한 미군병사 JSA에서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등병.
/연합뉴스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유엔군 사령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지난 18일 오후, 미국 병사들이 비무장지대의 판문점 견학을 하는 도중 미군 병사 한 명이 월북했습니다. 미국 군대는 현 단계에서 그 사람의 배경에 대해 아무 것도 공식적으로 알려주지 않았지만,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을 숨기지 못합니다. 해당 군인은 미군에서 이등병으로 근무 중이었으며 이름은 트레비스 킹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런 사건은 전례가 없지는 않지만 드문 일이긴 합니다. 예를 들면, 지난 1965년에 미국 병사 찰스 젠킨스는 비무장지대를 넘어서 북한으로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수십 년 동안 있다가 2004 11월이 되어서야 북한 당국에서 출국 허락을 받았습니다. 젠킨스는 그 후 일본으로 넘어가 2017년에 사망할 때까지 일본에서 살았습니다. 그가 북한에 살았을 때 일본 여성과 결혼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내는 원래 북한 첩보기관에 의해서 납치된 일본 사람들 중에 한 명이었는데요. 그녀 역시도 2004 5월에 북한 당국의 출국 허가를 받았습니다. 젠킨스는 북한에서 살았을 때 대학교에서 영어 강사를 하거나 배우로 지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북한으로 도망친 트레비스 킹도 찰스 젠킨스처럼 수십 년 동안 북한에 남아 있게 될까요?

 

사실 현 단계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1990년대 중엽 이후부터, 불법적으로 입북한 여러 미국 사람들은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매우 비슷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대부분은 먼저 불법입국 등에 대해 조사를 받은 뒤 재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받은 로동교화형은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로동교화형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들은 교화소나 기타 감옥으로 가지 않고 북한의 일반 사람들이 가는 감옥보다 조건이 훨씬 좋은 숙소에 있었습니다. 그들이 먹는 음식도 아마 북한 백성들보다 더 좋았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이렇게 가벼운 벌을 받은 이유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그들을 인질 및 선전도구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입북 이후 북한 외교관들은 미국 정부와 불법입국자들을 석방할 조건에 대해서 열심히 회담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미국 측은 그들을 귀국시키려고 고위급 대표단을 보냈습니다. 이 대표단의 단장에는 전직대통령도 있고 전직 도지사도 있었는데, 미국에서 도지사는 북한식으로 말하면 노동당 도당 비서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미국 대표단은 불법입국자를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시에 북한을 방문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호텔에서 외국인들이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방으로 들어가서 거기에 있는 선전 자료를 훔친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재판에서 그 학생은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생각하기론 북한 측은 다른 사건들처럼 그 대학생에 대해서 미국 측과 석방 협상 혹은 인질 놀이를 벌이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되었던 그 대학생은 몸이 많이 아파져서 사실상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무의식 상태가 된 것입니다. 마침내 미국에서 파견된 대표단에 의해 대학생은 석방되었는데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숨졌습니다.

 

그 때부터 북한은 인질 놀이를 포기했습니다. 그럼 지금 북한으로 도망친 미군 병사, 트레비스 킹은 1965년에 북한으로 도망친 찰스 젠킨스처럼 오랫동안 북한에서 살게 될까요? 아니면 얼마 후에 미국 대표단과 같이 귀국할까요?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지금 북한의 극단적인 방역조치를 감안하면, 그가 미국으로 귀국한다고 해도 귀국 절차는 옛날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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